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오언스,김선형옮김.살림
내 독서의 90%는 출퇴근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없어지고 나니 선뜻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더 이상 책을 늘릴 수 없어서 이북으로 주로 읽다 보니 종이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는 핑계도 있다.
사실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 가짐도 아니었고.
모든 책은 다 적응의 기간이 필요하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 빠져드는 게 짧은 작품도 있고 이 작품처럼 긴 시간이 걸리는 것들도 있다. 습지, 환경, 풀, 바람, 자연이 배경이 되는 이 작품은 그 안에 빠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왜 그렇까 하고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생각해보니 늪이라는 생경한 공간이 등장했고 평생 도시에 살아온 내가 접할 수 없는 환경들이 너무 많았던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깊은 숲, 늪지에 혼자 남겨진 어린 소녀 카야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떠나고 형제가 떠나고 폭력적이던 아빠마저 떠나버린 곳에 홀로 남은 소녀가 살아남은 이야기.
혼자 크는 소녀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소년과 소녀의 몸을 탐하는 남자와 그런 소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돌봐주는 푸근한 흑인 부부의 이야기다. 성장소설인가 싶다가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인류애가 있으며 법정 스릴러도 있는 이 작품은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읽기 시작하다 이 재미있는 소설의 배경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미 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고 있고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추천해서 이미 영화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역시 좋은 작품은 어디서나 주목받는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혼자 사는 카야를 응원하다가도 왜 그렇게까지 밖에 못하지. 하는 탄식도 나오고 어린 카야를 돌봐주는 따뜻한 부부의 이야기와 카야를 떠나가는.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찔끔 눈물도 났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보고 울컥한 감정이 느껴졌던 것.
평생 홀로 살았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인간은 언제나 외롭다. 그 근본적인 외로움은 누구나 홀로 견디어야 하는 부분이고 재물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다. 그 외로움에 대해 담담하게 잘 풀어낸 작품인 것 같다. 평생 누군가와 교류해 본 적이 없는 소녀가 살아남는 이야기. 평생의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삶을 감내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담담한 문체로 담백하게 외로움에 대해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습지와 자연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고.
이렇게 생소한 풍경과 익숙한 주제로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지
세상에는 뛰어난 작가들이 너무나 많다.
꼭!!!!
누구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