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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Jul 08. 2016

시간의 기억,  추억을 기억하는 대 저택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신유희 옮김. 소담 출판사

 조금 허무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이틀 만에 읽어낸 것이.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쳤을 텐데  나는 너무 쉽게 읽어내는 것이 아닌가.  왜 소설이 좋은 거지. 왜 이렇게까지 찾아 읽는 것일까. 이렇게 쉽게 읽혀도 되는 것일까?

 나는 그저 이야기를 좋아한다. 서사가 있는 작품.  마치 누군가 실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 아마도 그래서 소설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만 에쿠니의 작품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읽고 난 후에는 항상 찜찜한 기분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여전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하고 시작을 하긴 했다. 

  이 작품은 일상의 시선에서는 조금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다.  포목점을 하는  할아버지와 러시아인 할머니. 자유로운 세 자녀와 그들의 아이들까지 삼대에 걸친 이야기다.  각각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화자가 바뀜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도 새롭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불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몇 안 되는 등장인물이지만 일본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화자가 바뀔 때마다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들춰보곤 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과 남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다.  일본 소설의 특징처럼.  어쩔 수 없음 받아들임 이랄까. 역시 일본 소설다운 부분이었다.


 러시아인이면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혼혈로서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머니의 형제들.  시대가 변해가는 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키워지는 나와 나의 형제들.  그들의 삶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대부분의 인생들이 그렇듯이 아픔과 사랑과 고통과 평안이 함께하면서.

 남겨진 이들과 떠난 이들의 이야기가 아련하고  아쉽다. 그들이 구축해놓은 세계가, 세상에 변해감에 따라 바스러지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지막 장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주었다. 


 리쿠로, 야나기시마 일가의 차녀

 노조미, 언니

 고이치, 오빠

 우즈키, 남동생

 

 도요히코, 아빠 

 키쿠노, 엄마

 유리, 이모

 기리노스케, 외삼촌


다케지로, 할아버지

기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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