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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Nov 07. 2016

할렐루야 아줌마

수도원기행2,공지영,분도,20141128

책을 구입한 것은 오래  전이었다.

수도원 기행의 첫 번째 편을 감명 깊게 읽어서 두 번째 편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해두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지금까지 읽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두렵고 불안해지던 어느 날 찾아든 책이 수도원 기행 두 번째 이야기였다.


 공지영이란 작가, 참 글도 잘 쓴다. 뛰어난 미모에, 좋은 집안에, 본인의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제삼자인 내가 보기에 사람을 쉽게 믿었고 외로움이 많아서 그러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순수한 추측이 든다.  한 때는 순탄하지 못한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런 작가의 작품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아주 어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사생활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작품이 좋으면 되는 것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면 되는 것을.

 현재를 말하자면, 그녀의 소설을 한 작품 읽어내고, 열렬한 팬이 되었다. 쭉쭉 읽혀내려 가는 작품의 속도감.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회성까지. 그녀의 사생활을 질타하며 외면하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골수팬이 되었다 할 정도다.


 여러 권의 에세이와 소설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수도원 기행이다.

 순탄치 않았던 인생길에서 그녀가 인생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가톨릭때문이었다. 그 가톨릭의 성지들을 돌며 감상, 경험 등을 써 내려간 글들을 읽고 있자면 내 인생을 준비하신 분도 하나님 같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모두 결정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위로가 된다. 이 모든 시련과 시기가 잘 지나가게 될 것 같다는 뜬금없는 믿음이 생긴다고나 할까. 모태신앙을 가졌던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글에서 본인 스스로 할렐루야 아줌마처럼 보일 수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쓴 그녀의 글들은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고, 이렇게 힘들었으나 주님으로 인해 치유되었다. 이제는 평안하다는 그녀의 글들이 나 역시 치유의 역사(종교적 표현을 빌리자면)로 끌어들였던 것일까? 읽고 있으면 평안해지고, 저절로 기도가 나오는 글들이다.  중학교 때까지 열렬히 교회를 다녔던 내가 알고 있는 개신교의 신앙과는 다른 가톨릭의 교리와 성체 등이 궁금했고. 급기야는 얼마 전부터 성당에서 공부를 하는 지인에게 가톨릭의 역사에 대해 물었다. 지금의 나를 그분이 부르시는 것인가, 이제는 개신교가 아닌 가톨릭으로 개종해야 하는 때인가라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글들이다.


 마음이 힘들던 날들이었다.

 큰 일들이 자꾸 생겨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간들, 주위에서 보기에는 좋은 일이라고 했으나 당사자인 나는 어쩐지 불안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시기였다. 이때 그녀의 글들은 위로가 되었고,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인생의 큰 부침을 겪은 작가였기에 그녀가 조잘조잘 풀어내는 글들은 인생의 선배가 해주는 충고 같았고 부드러웠다. 본인 스스로도 할렐루야 아줌마처럼 보일 거라는 것을 뜬금없이 고백하고,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다고 하는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오히려 더 좋았다.


가톨릭의 역사를 알려주고 본인의 인생 담을 풀어내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이라니,


 좋더라.

한마디 한마디 쓸어 담아 가슴에 새겨두었다.

나에게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은 삶이 힘겹고 흔들릴 때마다 꺼내어 보게 될만한 작품이다. 곁에 두고 곱씹으면서 한 챕터씩 읽어갈 것이다.

 그녀가 세계의 수도원을 다니며 또 한 권의 시리즈를 엮어 주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위로가 되는 글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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