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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Jan 27. 2018

이런 일은 반칙이다

로즈, 서배스천 배리, 강성희옮김. 아르테


이렇게 잘 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희망을 갖어도 되는 것일까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에는 이렇게 뛰어난 재능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데 , 감희 내가 글로 밥을 벌어먹고 싶다는 희망을 갖어도 되는 것인가?

이 작품을 접하는 내내 나는 좌절하고 질투하고 절망했다.

나는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이렇게 울림이 깊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자괴감들.


[로즈]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전쟁으로 인한 격동의 시대를 백 년간이나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로스커먼 정신병원은 철거를 앞두고 입원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야만 했다. 담당자인 그린 박사는 이 병원에서 제일 오래된 환자인 백 살의 로잔느를 상담하기 시작한다.

 그린 박사와 로잔느의 기록을 통해 아일랜드 내전으로 인해 로잔느가 어떻게 유린되었는지, 그녀의 인생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는지에 대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그녀의 러브스토리도 알게 되는데...


이 작품이 러브스토리로 소개된 것이 안타깝다.

것은 러브스토리라기보다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고. 삶에 관한 통찰이 있는 작품이다.

 

 여성이고 개신교 도라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가톨릭 사제의 일방적인 괴롭힘, 내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답답함.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로 정신병원에 수감된 것까지. 여자이기 때문에 가톨릭 사제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녀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회상이고 사회에 무지했던 그녀의 회후가 담긴 작품이다.

 



무자비하게 공격하며 다가오는 재난 앞에서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p24


신이여, 부디 내 삶에 개입해주세요, 안 그러면 난 곧 악마에게 넘어가버릴지도 모르니까


인생의 사소한 대화들을 무시하다가 이제는 큰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p103


서리는 꽃을 더디 피어나게 할 뿐 결코 늙은 나무를 이기지 못한다. p181


어떻게 보면 신부라는 존재는 늘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옆에 아무도 눕지 않는 존재 p306


톰, 사랑하는 나의 톰은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나는? p314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가 맥널티 부인이 아니라는 말을 수백만 번은 했을 것이다. 나는 누구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니다. 나는 로잔느 클리어일 뿐이다. p338



 근래 만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비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품에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름다운 소녀,  시대에 망가진 그녀, 그녀의 아름다움이 죄가 되어 단죄를 내 신부, 행복하지 못한 인생 등등. 어두운 일들뿐이지만 문체로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는데 감탄했고, 또 절망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의 재능도 탐이 났고...

 

이 소설이 그렇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 힘들 만큼 감동이 크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인데도 숨도 안 쉬고 읽어 내려갔다.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다. 번역이 잘되어서일 수도 원작이 훌륭해서 일수도 있겠지. 이런 작품을 만날 때마다 정말 원서로 읽고 싶어 진다. 그 문체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근래 들어

여성의 삶을 다룬 작품들을 여럿 읽게 된다.

대부분이 억울하고 대응할 힘이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도 그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 갑갑해진다.  

  언제 까지  여성은 약자여야 하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말도 안 되는 일들의 피해자. 권력에 희생된 피해자.


연 언제쯤 되어야 여성은 힘을 낼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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