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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Nov 22. 2017

왜 고등어지?

고등어. 공지영, 해냄, 20170910

얼마 전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오는 여행을 했다.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나라들이었다. 


프라하, 잘츠부르크, 비엔나. 부다페스트 같은

비행기를 타고 12~3시간을 날아 그 나라들에 도착했을 때도 

여행을 모두 끝내고 돌아온 지금도 당시의 기억들이 모두 꿈같다. 


짧은 꿈을 꾸고 일어난 기분으로 

일상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적응 기간이 짧은 만큼 일상의 지루함은 금방 찾아왔다. 




믿고 보는 공지영이었는데, 

이 대표작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7~80년대 민중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던 시절. 연인들의 이야기다. 


후배의 부인이던 어린 여자와 남편의 선배였던 남자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만나고 

하룻밤의 인연으로 미래를 약속하지만 남자는 그 짧은 사랑으로 미래를 저당 잡힐 수 없어 약속을 깨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다시 나타난 여자는 그를 흔들고 

그리고 결국 그의 곁에서 죽어간다. 는 신파와 시대극을 적절히 엮은 작품이었다. 


이미 민주화는 당연시되어버린 세대를 지나와서일까.

공지영의 작품인데 나는 읽는 내내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여행 후에 바로 접한 작품 이어서일까?

아직 들뜬 마음에 현실에 적응하기 전이어서?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고민하고 담백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갑갑했다. 

왜 이렇게 밖에 안되는 걸까. 

왜 담백하지 못한 걸까. 

작품 속에서는 그들의 시대상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유독 이 작품에서 공지영의 문체가 답답하고 

어린 소녀가 써 내려간 연애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제목을 왜 고등 어지? 


 작품의 후반으로 갈수록 

스멀스멀 올라오는 갑갑함과 지루함에 놓아버릴까 했지만 

결국 끝을 보게 만든 것은 

또 

공지영의 문체이다. 


이길 수가 없긴 하다. 

역시 흡입력을 가진 작가이긴 했다.


그렇지만 믿고 보는 공지영이라고 하기에는 이번 작품은 내게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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