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깜빡이지 않았다.
이것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느끼게 된 짧은 감상문이다.
누구나 겪는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감상문.
늘 그랬던 아침처럼, 오늘도 거울을 닦았다.
표면의 물방울을 문질러 내리자,
그가 드러났다.
똑같은 얼굴.
잠을 조금 설쳤는지, 약간은 피곤해 보였다.
“오늘도 같은 날이야?”
누군가 물었다.
내가 물었든, 그가 먼저 물었든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입을 열면, 내 입모양을 따라 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왜 그랬어?”
순간, 손이 멈췄다.
두근거림과 흔들림을 드러내지 않으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웃었다.
“기억 안 나? 너 어젯밤에...”
나는 세게, 너무 세게 거울을 닦았다.
물방울이 튀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야 비로소 안심했다.
그는 단지 유리 위의 그림자였다.
닦으면 사라지고, 바라보면 다시 태어나는 존재.
그런데 이상하게,
손끝이 멈춘 자리에서
그의 눈동자만 또렷했다.
나는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섰다.
물방울 뒤로 깜빡이지 않는 시선이
나를 뚫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거울 속의 그가, 나보다 먼저 깜빡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이번엔,
그가 먼저 깜빡였다.
그 짧은 순간에
내 심장이 오그라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표정을 베껴 웃었다.
입꼬리가 내 것보다 조금 더 높았다.
“이제 알겠지?”
나는 도망치듯 화장실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도 거울은 희미하게 빛났다.
빛이 없는 곳에서조차
나를 반사하고 있었다.
문 밖으로 나와 거실로 향했다.
소파 위에 던져둔 스마트폰 화면이 켜졌다.
그 속의 카메라가 반사된 창에,
아까 그가 서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 대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내가 진짜야.”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둘이었던 게 아니라 —
내가, 거울 쪽에 있었다는 걸.
아침마다 거울을 닦는 일은,
결국 나를 닦아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