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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May 07. 2019

[왕비재테크 비밀]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My Princess


19.05.07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오늘도 기다린다.         



네가 돌아올 시간을 그리며 

감성을 괴롭히며 

잔혹한 시간 앞에 

가끔 미치도록 힘든 날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듯 

허허한 마음을 손꼽아 기대한다 .      



내 운명일까 승현아!


   

이 세상 가장 따뜻한 품이 

엄마의 품속이라 했는데 

이 엄마는 이 봄날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며 

애틋한 촛불의 꺼진 불처럼 

온 마음으로 애달아하며 

심장을 짓누르는 그리움에 

너의 이름을 멍하니 써본다


   

내 딸승현아라고.         



이런 게 자식 사랑이었구나

오래 된 앨범을 꺼내보니 

넌 언제나 자석처럼 착 달라붙어 

이 어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 걸 보니 

이것이었구나       


 

어릴 때 왜 이렇게 더디 자라는지 

사는 것에 치어 일한다는 유세로 

어린 널 더 많이 인내하게 했었구나         



더 오래 기다리라며 

세 살도 안 된 아이에게 

스스로 시계 보는 법을 

터득하게 했으니 

이 어찌 내 심장이 온전할 수 있으랴.         



그래 그게 사랑이었다   

어린 네가 엄마 만나러 오는 

일주일을 기다리며 

두 돌 지난 아이가 

무의식에 시간 맞춰 

엄마 차 소리를 듣고 

고함을 치며 기다린 

그 시간이 아프도록 뜨겁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 한켠이 콕콕 찌르듯 저려온다.         



누가 보면 거짓말이라 할 테지만

이렇게 이끌리듯 스며드는구나.         



이 엄마의 철없던 청춘 앞에 

너는 온 마음을 다해 

이 엄마를 흔들었구나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말야.         



그렇게 너도 나무가 되고 

이 엄마의 나무는 

이제 고목이 되어가는 

이 세월 안에 

저 하늘을 보며 기도한다.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할 시간이 좁아지고 

엄마의 감성도 쪼그러드는 

나이듦 앞에 가끔은 

지친 외로움 앞에 

그래도 살아내는 일이란 

네가 이 세상에 내게 온 

이유 때문이겠지.         



지금도 너희 학비를 벌어야 하는 

그 긴 시간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어 가끔 

내 어깨에 진 이 육중한 무게를 

감당치 못할 때는 

내려놓고 싶지만

절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승현아내 이름이 엄마여서다         



가끔 이 세상 

사는 일이 버거울 때

미친 듯이 울고 싶을 때

머리끝까지 통증이 몰려올 때

사지를 칼로 베듯 피곤한 날에도

혀끝이 타는 냄새가 나는 날도 

보고픔에 익숙한 

엄마가 되는 것마저 

기적인 이유도 엄마여서일까         



오늘은 이른 아침에 

봄비가 내렸다         



습기 가득해서 가슴 시려 

커다란 머그잔에 커피를 태워 

너 생각하며 그냥 울었다         



너는 아느냐

노래 들으며 

이 글도 쓰고 

이 마음도 되새기며 

리허설 없는 인생 앞에 

왜 자꾸 눈물이 나니         



눈이 감각을 잃은 걸까 

심장이 후각을 잃은 걸까 

혼미한 내 판단이 흐려지듯 

그리운 절박함에 시련을 녹인다.         



이십 년을 키우며 

이제야 엄마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기적 같은 철이 든다      



그래서 지나간 시절 

너에게 용서도 빈다      



놓친 건지 알고도 

넘긴 건지 모른 채 외면했는지 

굳이 따져 바라보지 않으련다         



엄마란 이름으로 

지키지 못한 

그 숱한 약속들도 

용서받고 싶고 

늘 미루며 사랑하려 했던 

거짓말도 괜찮지만은 않았겠지.         



잘한 것만큼 

잘못한 게 많아서 

승현아 미안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 마음 편하자고 

지나간 시절 엄마는 

엄마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늘 당당했던 것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하고 

부족한 내 지난 과오에 

슬프도록 시리구나         



그 무엇으로 하여 

우린 이렇게 살아야 했을까?         



못난 엄마 만나 

이토록 엄마의 사랑을 

기다리기만 했으니 

네게 한평생의 기다림을 

예고 없이 당연시 여겼겠지      



그땐 오감으로 

너를 안을 때 

너는 폐부 깊숙히 

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했겠니 

그래 그 땐 그랬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안기러 오는 

어린 너에게 늘 피곤함으로 무장한 

가시나무 같았던 엄마 곁에서 

넌 내 손을 늘 잡아주었지.         



그땐 왜 그토록 

사는 게 힘들었을까?         



지독하게 왜 

이 엄마만 힘든 줄 알았을까?         



왜 가슴이 시키는 것보다 

몸은 그토록 넓고 크지 못했을까?         



왜 그걸 이렇게 

다 키우고서야 아는 걸까?         



그래 지금도 

가슴 저리게 

너를 보고 싶어 하며 

너를 위해 기도한다.         



그 어떤 시절도 

우리에겐 아쉬움이리라 

그렇게 믿으며 

이토록 잘 자라준 딸에게 

이토록 훌륭한 딸이 되어준 너에게 

짙은 사랑이 오래 오래 

스며들 수 있도록 지켜줄께.         



이 한 세상 너를 만나 

이 엄마는 큰 산이 된 듯하다.         



너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지금도 포기 못할 사랑을 꿈꾼다.         



그 어떤 고통 앞에서도 

네 이름 석 자 앞에 

그 오래 전 탯줄을 

감은 널 만나듯 

넌 내 영혼임을 알고 살련다.         



우리의 오래된 시간 안에 

무사히 서로 버틴 강인함으로 

우리 더 기다리며 살자.         



일년에 한두 번 

아니 몇 년에 한번을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서로의 존재는 늘 

이 순간일 테니까         



승현아

엄마는 말야 

어떻게 사느냐도 

어떻게 죽느냐도 

그리 중하지 않다         



그냥 우리가 

비벼 껴안은 시절 안에서 

서로의 민낯을 

사랑할 줄 아는 벗이지 않니         



그래서 고맙다      



네가 이 엄마의 딸이라 

그것만으로 미치도록 그립다.         



보고싶고

사랑하고,  

그립고

그립다.         



가끔 얼마나 그리우면 

이유 없이 불쑥 

눈물바다가 되는 

이 엄마는 늙어가고 있지만

이렇게 내 인생 최고의 선물로 

이 어미를 이토록 사무치게 그립게 하니 

이 애타게 타들어 가는 목마름으로 

혼에 불을 놓아 너를 기다린다.         



나의 작은 새야

그 지친 날갯짓이 

벅차고 힘이 들면 

언제나 여기로 오렴         



너를 통해 

사람이 되고 

어른이 되고 

어미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그것만으로 

벅차도록 뜨겁게 사랑해서 

외로워도 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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