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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May 20. 2019

[왕비재테크 비밀]사랑해야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가기위해

나의어린왕자



19.05.20




사랑해야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가기 위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더구나

자식에 관하여,




어떤 사람들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말한다

자식이란 

자식을 원하는 어미에게는 

그 존재 자체로 전부라고

자식을 낳고 또는 자식을 낳지 않고는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자식이란 

자신의 삶에 자신의 DNA를 가진 자식을 가지고 싶은

그 자체로 이 세상 그 무엇과 비할 수 없는

축복이자 신의 선물이라고.




그래서 

내 분신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자식이란

엄마에게 누가 가르쳐 주고 누가 묻지 않아도 

엄마 스스로 선택해서 

엄마가 되기를 다짐하고 맹세했다.




서른 그래내 나이 서른에 

너를 임신하고 그때부터 아등바등 살게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 

언제까지 또 그렇게 살게 될는지 모르지만 




단 한 번도 

자식을 왜 낳았는지 

그것에 대해 정의 내려야 하는 

이유는 존재치 않았다.




넌 내 서른한 번째 생일이 지나고 내게로 왔다

끝까지 고집한 자연분만에 

실신상태가 되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 때 

뽀오얀 이불보에 싸인 

작디작은 너의 모습에 

나는 언제인 듯 병실을 뛰어다니며 

두근두근 기뻤다.




반짝반짝 비추는 유리벽 너머 

너의 잠든 아가의 존재에 

그렇게 오래도록 머물러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을 오버랩하며 

오늘도 그 목마름으로 

내 눈물은 큰 강이 되는구나.




내 아들 내 새끼 수현아.

내 사주에 아들이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용케 나에게 와줘서 

너무 너무 고맙다.




이 엄마에게 

눈 뜨기 싫은 아침 눈을 뜰 수 있게 해줬고 

온 종일 구석진 방에 웅크려 울던 날들 안에서

헤어나올 수 있게 했던 그 존재가 너다.




그렇다 

자식이란 

스스로 선택한 사랑이다

이유 없는 그리움이고 

가장 빛나는 신체에 얻은 귀함이고 

한없이 자비롭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세상이고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는 애처로움이고 

오래된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신앙이고 

고단한 삶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희망이었다.




그래서 다 태우고 난 

장작불에 남아있는 불씨의 무서움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마술 같은 존재지.




내 심장을 꺼내 보여줄 수 없어도 

내 심장을 볼 수 있는 너는

얼어붙은 강가의 물 밑에 

시린 손으로 빨래를 빠는 언 손처럼

꽁꽁 언 마음이 되고서야 

엄마는 엄마가 되는 어려운 일을 알았고 

누가 나에게 자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가 엄마에게 아들이 어떤 존재냐고 물어온다면,




엄마는 내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헌신이 아니라 

이 세상 그 모든 인연 중에서 

억천겹 억만겹 세월 안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한다.




아들아!

너를 보면서 엄마는 사랑에 무릎을 조아려 

너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기도한다.




이 세상에 모든 엄마들처럼 

엄마도 내 아들을 보며 느끼는 건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자기 안에 사랑이라서 일거야.




덩치가 커갈수록 

가까이 안을 수 없을 나이가 되어도 

엄마에게 아들이란 존재는 

사랑으로 덮여진 보자기 같다.




그래서 맹목적인 사랑이다

그래서 가장 불순물이 없는 순수고 

그래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그 사랑이 엄마 사랑이다

아들에게 몰입하며 

참 많은 것을 끼워 맞추는 착각마저 

이쁘고 측은한 사랑이지.




어릴 땐 어려서 

커서는 커가는 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덩치가 커져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을 나이가 되어도 

이 애틋해지는 마음을 알까?




들킬까 조심조심 마음 안을 걸어보며 

너의 작은 카톡 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일에 기다릴 수 있음은

전생에 엄마가 어떤 남자에게 

바늘로 심장을 찌른 그 죄를 달게 받는 이유처럼 

언제나 사랑을 찾듯 멈추지 않는 짝사랑 너는 알까?




수현아이토록 너를 사랑하다 

엄마 인생 엔딩이 끝나 

땅 속 깊숙이 묻힐 때 

두 눈 감으면서도 네 웃음을 기억하겠지.




오로지 자식 위해 터벅터벅 걸어온 

내 인생 뒤안길에서 

엄마라는 나는 

얼마나 깊고 힘든 숨을 내쉬며 살았겠니.




내 50kg도 안 되는 가벼운 몸으로 

너를 키워야 하는 약속을 

평생 지키며 늙어가는 지금도 

그저 내 몫의 책무라고 생각하기에 

자식을 그것도 아들을 키워내는 일들은 

누군가의 격려나 위로가 아니어도 

그냥 엄마 스스로 좋아서 

엄마 스스로를 치유하며 완치해 가는 

강한 내성을 지닌 마약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가끔 현실과 엄마의 존재를 넘나들며

언제나 큰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사랑이란 단어로 모자란 그것이 

어찌 내 애타는 마음을 알겠니.




수현아

지금도 이 엄마는 텅 빈 사무실에서 

식어버린 카푸치노를 마시며 

적막한 이 밤에 이 글로 위로 받는다.




사는 게 고약한 비린내처럼 역겨웠던 건

내게 둘이나 되는 

내 둘째 내 아들을 부여안고 

어린 날 심청이 젖동냥하듯 

널 맡길 곳이 없던 날 

빈 방에 가두고 나왔던 그 죄스러움 앞에 

사실 함부로 이 글을 쓰는 것도 

미안해서 또 미안하다.




수현아넌 기억을 지웠겠지만 

엄마는 지워내지 못한 고문을 조금씩 지우려 애쓴다.




그래 수현아엄마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찌 사랑하는 아들에게 한 

잔혹한 고문 앞에서도 

뻔뻔스레 일을 하러 돈 벌러 갔다

그래서 그것이 죄스러워 

그렇게 굿을 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시린 겨울이 가고

너덜너덜해진 심장이 아물어 가는 

이 시절이 너무 귀하구나

허락 없이 너를 낳았고

허락 없이 너를 그렇게 키웠다.




늘 사랑이라 세뇌시키며 

어린 너를 내 소유물을 

물건 보관함에 맡겨 키워낸 엄마였다.




그땐 왜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왈칵 눈물이 나도 그때 그 의지는 

나름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 수현아

너를 생각하면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저 전설 속 신화처럼 

가려진 세월 속에 널 키워서 일거다.




그래도 그땐 울어도 울어도 

하염 없었는데 

서글프기만 했는데 

이젠 이렇게 훌쩍 자라 

내 편이 되는 든든한 청년으로 커가는 

너의 열일곱

기절할 만큼 부쩍 커버린 

너의 덩치만큼 든든해도 

엄마에겐 

어릴 적 그 쪼그만 아기로 

시간을 멈추고 생각을 멈춘다.




그래서 이기적 사랑으로 무게를 견디어 산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우린 12시간에서 15시간의 거리로 더 멀어지고 

이 모든 글이 이력이 된 우리에게 

과거는 꾸우욱 밀어 넣어두고 살자.




칠흑의 어둠의 시절을 보낸 너의 열일곱

엄마는 세상의 짐이 가벼워지듯 

너를 기다린다.




네가 아파도 

단숨에 달려가지 못했던 수천 날들이 가고

신이 준 우리의 인연은 딱 여기까지인 것 같다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서

더 많이 그리워하며 사랑하라고.




네가 오는 날 엄마는 늘 그렇듯 

몇 시간이나 일찍 공항에서 

어디쯤 오고 있을까 창공을 쳐다보며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밉다 하겠지.




그렇게 와락 껴안을 수 있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

그렇게 6개월을 기다렸 듯 

엄마는 언제나 기다리며 살게 될

그 날을 기적이라 하련다.




겁 없이 널 낳아 

온 세상 풍파를 휘감으며 

십 칠년을 키운 내 아들아.




우리 서로 외로움에 다져진 마음

아름다운 시절을 보상해 주며 살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네가 알면 기절할 만큼 사랑한다.




사랑한다

기다리다 지친 절망까지도

사랑하련다

목 놓아 울 수 있는 지금의 여유를

사랑해야 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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