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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Mar 02. 2020

[왕비재테크 컬럼] 내게 청춘이란?

사는이야기







내게 청춘이란?




우리가 사는동안 언제나 내내

아쉬움의 강은 흐른다.

속절 없는 시간에 아쉽고,

놓친 것에 대해 안타깝고,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해 서러운 것들이

돌아보니 젊음인 것 같다.    




이제는 내 아들뻘 되어보이는 

저 20대 군인들을 보면

저 오빠들을 사랑이라 믿고 

밤새 편지를 쓰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렇게 추억이란 건 순간이다.    




애절하게 사랑했던 사람도

놓았을까? 보냈을까? 

그렇게 헤어졌고 그 세월이 흘러흘러 

숨죽인 모퉁이에 서서 

그 싸늘했던 청춘의 추위를 꺼내본다.

기를 펴지 못해서 주눅이 들었던걸까? 

세상 천지를 몰라

기 피고 돌아다녔던 걸까도 

애매했던 청춘은

그렇게 시든 사과가 되었다.    




사랑을 모르고 사랑했고

남자를 아는 줄 알며

남자를 믿었고

운명이 뭔지 모른채

겁이 없었다.

20대라서.    




그렇게 돌아보니

가슴 깊은 한켠에

터무니 없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억울한 이별도

청명한 하늘을 보듯

싱그럽던 때라서 그냥 예쁜

이미 나의 과거이구나.    




내가 소유했던 그 눈부신 날들도 

한낱 추억이 되어

어느날 문득 꺼내볼 틈 조차도 없이 사는 나는

오늘 이토록 힘든 시간들을 건너온 

자신에 대한 비통일까?

왜 그때 속절없이 살았을까?

무엇이 그토록 터무니 없이 두려웠을까?    




나의 20대여.

달콤한 기억보다 서러운 기억이 더 많은건

사랑마저 사는 일에 거침없이 포기할 수 없었던

첫 사랑에 대한 가슴 아린 추억들이

오래도록 시린 사랑으로 나를 가둬두는 걸까.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 잊고 살 법도 하건만

사는 내내 내 가슴을 누르는 이 외로움이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운 연민일까?

어쩜 시절도 엄살도 생소한 기억을 

꾸역꾸역 풀어내면서 

싸늘하게 가슴을 오래도록 시리게 한다.    




한때 인생을 건다는게 뭔지도 모른채

인생을 걸어 사랑하고자 했던

철없는 시건방도 그게 환상이었을까 한다.

나를 버리고 사랑을 두고 거침없이 떠난 사람도

이제는 부질 없는 폐지가 된 사랑 소설처럼 

가라앉아 넋두리 마저 아무도 관심없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인생인데

부치지 못하는 편지처럼 

쓰지 못한 소설로 남는다.    




안녕, 청춘아.

오래오래 기억하고 그리워 할 줄 알았는데

사는 일에 송두리째 사로잡혀

빛바랜 우표가 된 듯 

인생에 청춘은

가장 한적한 간이역인 줄 모른다.    




그때는 몹시 고단해도 늘 새로웠다.

푸릇푸릇 설익은 풋사과 향처럼...

누군가 되돌아 갈래? 라고 묻는다면 

아니 아니 죽어도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열망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사막이다.

미련없이 보낼 수 있는 청춘이

그때는 그렇게 싱그러웠다.    




착하고 어리고 순수하고 몰라서 예뻤다.

나름 그때의 일기는 

사는 일이 무엇보다 고통스러울 만큼

맨손으로 세상에 나와

내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이 고통스럽고

이력서 들고 다니며 

하루 한끼 컵라면에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수다도

가난한 처자에겐

빛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였을까.     




어쩌면 내 생에

가장 춥고 아프고 외로웠던 시절.

이루어질 수 있는 꿈만을 위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곤 할 수 있었던

젊음아!

그래서 젊음은 무기다.

자신이 얼마나 세상 밑바닥에 서있는 줄도 모르면서

눈부실 수 있어서 

그렇게 청춘을 보낸 것 같다.    




이제 이십년도 더 된 청춘에게

고작 내가 받을 수 있는 위안은

항상 가진게 없어서 놓아야 했던 아쉬움.

그래서 늘 세상과 쉽게 친해질 수 없었다.

사랑도, 꿈도, 일도, 돈도...    




그래서 나는 청춘이 참 싫다.

외로움이 진절머리나도록 싫었고,

돈 때문에 모든걸 주저앉아 놓아야 하는

기를 펴지 못했던 월세살이와 가난이

그렇게 내 청춘을 숨죽였나 보다.    




먼 세월이 지나 그 청춘의 시절로 가보았다.

얼마나 울며, 설레며 간 그 건물 그 모습 모습은

무감각했고 무의미했다는게 놀라웠다.

거기를 빠져나올 때

나의 청춘도 내려두고 왔다.

그렇다.

가슴 한켠에 아쉬움은 연민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시절의 환경이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풋내기 청춘의 그것은 과거일 뿐이라고.    




청춘아!

너는 모른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도 청춘을 되돌릴 수 없고

그 시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마저 

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임을.

그래서 청춘은

인생에 주어진 최대한의 자유다.

그래서 그 자유를 우린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오늘을 산다.    




누군가 얼마나 고생했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 조차도 의미없는 게 

오늘이고 현재다.

오늘 또 그렇게

다시 번뇌하고 고민하며 철들어가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상이치도, 사랑이 무엇인지도, 

고통이 뭔지에 대해서도 조금 안다는 것.

그래서 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청춘은 풋사과의 풋내를 가시어

세상과 손잡고 산다는 걸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세상의 그 어떤 유혹 앞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게 하니까?

지천명을 앞에두고 보니

청춘은 자유이고 사랑이다.    




한 때 인생을 걸었던 사랑도 

돌아보니 나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그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었을까?

애매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청춘에게 사랑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사랑이라서

값지고 그래서 청춘에게 자유란

무엇을 위하였는지 모를 간절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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