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지는 않겠어"
내 주변엔 나름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식단을 조절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훌륭해 보이지 않았다. 홀쭉해 보일 만큼 눈에 띄게 감량을 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얼굴이 늙게 보이거나 살이 축 처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요즘 유행하는 바디 프로필 등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은 오직 그것에만 집착하면서 굶고 보조제를 먹는, 보통이 아닌 삶과 함께 하는 정신적 결핍이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파란 불이 들어온 몇 십 발짝 떨어진 횡단보도를 포기하지 않고 펄쩍펄쩍 뛰어 가는 한결 가벼워진 내 모습을 느끼면서 떠올렸던 것은 육체적 결핍도 정신적 결핍도 아닌 보다 건강한 내 미래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애써 팔을 끌어 올려 배를 가리면서 찍었던 기억과 남에게 내 뱃살을 지적받았던 기억, 맞는 바지 사이즈가 없어 골반에만 걸칠 수 있는 청바지만 입어야 했던 기억, 그리고 건강검진의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뱃살을 해방할 결심의 원인이었겠지만 뱃살free한 내 미래의 모습은 이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 축 처져 보이지 않겠다
- 젊게 보이...,
아니 적어도 내 나이만큼은 보이겠다
- 살을 뺀다고 티는 내지 않겠다
- 살을 잃는 만큼 근육은 잃지 않겠다
- 비정상적인 혈당/지방/신체 수치에서 벗어나겠다
건강하겠다
- 살 빼는 것에 집착하지 않겠다
(보통의 삶의 중요성/가치를 잃지 않겠다)
- 굶지 않겠다
-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
- 요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만들기 위한 지식은 나에게 그리 많지 않았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도 몰랐고, 사실 그것들이 하는 역할들이 도대체 뭔지도 몰랐고, 체중계가 알려주는 건강지표가 어떤 의미인지 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시작은 스마트 체중계가 알려주는 지표 중 나쁜 지표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 좋은 지표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는 지 방법을 찾기 위해 집에서 또 직장에서 쉬는 시간 동안 내내 검색에 검색을 더했다.
검색의 결과는 오히려 쉬웠다. 단 두 단어로 집약된 결과는 바로 근육과 면역. 지방은 빼되 근육을 잃지 않으려면 적절한 식단과 운동을 해야 하고, 건강을 잃지 않고 바로 잡음과 동시에 내 나이 만큼을 유지하려면 면역에 집중해야 된다는 결과인 것이다.
그 다음 행보는 쉬웠다. 마침 내겐 내 행동을 감시해 줄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있었고, 그걸 리포트로 만들어 주는 앱이 있었고, 결과의 지표를 알려주는 스마트체중계가 있었다. 얼마만큼 어떻게 움직이는지 스마트워치가 순간순간을 기록해 주었고, 헬스앱에서 그걸 확인하고, 먹고 운동한 결과는 체중계가 고스란히 알려주었다.
ps. 뱃살해방의 증거 2. 몸무게의 변화 캡처.
필자 몸무게의 기록 : 2021년 11월 그리고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