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하나는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팬데믹 상황이라 마스크를 써서 사람을 알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나를 몰라볼 수 없는 사람이 막상 나를 못 알아보면 서로가 머쓱해지는 일인 것이다.
큰 이모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가야 했는데, 팬데믹 때문에 명절 때에도 못 보던 서울에 사는 누나가 오랜만에 대한 나를 한동안 알아보질 못하다 큰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누나는 기록해둬야겠다며 내 사진을 찍고는 그걸 톡으로 조카들에게 보냈는데, 조카들 역시 외삼촌인 줄 몰랐다며 '외삼촌이 대학생이 됐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기로 했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던 내 앞에서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난 친구가 왔다 갔다 하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더 우스웠던 일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 툭 치니 흠칫 놀라던 친구의 얼굴은 더욱 우스웠고.
누나와 친구는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라 나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면, 나의 변화를 지켜봤던 주위 사람들은 어느 날 변화된 내 모습을 불현듯 (정말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인지하고는 거의 같은 말을 한다.
'언제 이렇게... 근데 우짜믄 되노?'
20대 후반인 젊은 동료는 평소 주중에 2번이나 풋살을 할 만큼 신체가 건강한 편인데, 전혀 살빼기에 대화가 없던 어느 날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내게 말을 건넸다. 지내는 동안 틈틈이 그를 지켜봐 왔던 나 이기에 '체중계를 하나 사라'고 답을 건넸다. 노동과 운동을 하기 때문에 충분한 칼로리 소모는 하고 있지만 살이 찌는 그의 이유는 야식과 배달음식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 나는 그에게는 먼저 자기 몸에 대한 약간의 충격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알려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체중계였던 것이다. 그는 나의 엉뚱한? 예상치 않은? 답에 그냥 싱긋 웃고 말았지만, 그를 대할 때마다 '체중계 샀냐'고 채근을 했고, 그 결과 나의 첫 말이 나온 지 한 달 뒤에 그는 체중계를 주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는 많은 살을 뺄 필요가 없었지만, 처음 체중계에 올랐던 약간의 충격(허걱! 했다고 한다)을 이유로 배달음식과 탄산음료를 자제했고, 결과적으로 5kg 정도를 뺀 후 건강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려 스스로 식단을 조절 중이다.
날 지켜봐 왔던 30대 중반 동료는 어느 날인가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 쉬는 시간 동안 스쿼트를 열심히 하던 그는, '많이 날씬해지셨어요, 얼굴도 좋아 보이고'라는 말을 몇 차례나 내게 건네며 스스로 결심한 듯 그러나 꼭 자의적이진 않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몸을 조절하고 점점 군살을 빼고 있다.
체중조절에 관심이 없었던 40대 초반 동료는 늘 싱글거리며 다녔었는데, 어느 날 심각한 얼굴로 내게 '우째 뺐습니꺼?' 라며 물어왔다. 사실 그는 평균치보다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덩치를 가졌고, 직장에서도 평소 허리가 좀 불편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너두 몸무게 좀 줄이면 허리도, 무릎도 좀 덜 아플 텐데' 라며 말을 곁들이니 다시 한번 '우짜믄 됩니꺼?' 하고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 나는 대뜸 '힘들겠지만, 수면시간부터 6시간 이상으로 늘려라'라고 조언을 했다. 투잡을 하고 있던 그 였기에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은 그에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잠 때문에 그는 식단과 운동으로 늘어나는 몸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나는 판단했다. '힘든다는 거 아는데, 니가 1주일만 잠을 늘리고 그 결과를 보면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될 거다'라고 했다. 최근의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다이어트의 시작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식단이, 어떤 사람은 운동이 필요하지만, 공통점이라면 제일 먼저 다이어트를 하게끔 하는 자극이 필요하고 그 자극을 통한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고 단기적인 성취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체득한 나 자신의 소위 '선한 영향력'이 곁에서 늘 보던 남에게 자극이 되었고, 체중계든 스마트워치든 또 하나의 자극이 되고, 그걸 통해 스스로 각성하고 진단하여 며칠이라도 빨리 성취를 느끼고 그것이 다시 자극과 각성이 되는 방법이 순환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작은 성취는 곧 더 나은 방법을 찾게 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