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부모의 역할.

by 박근필 작가

사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에 나타나 있는 아버지의 모습처럼 고달픈 일일지도 모른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자신을 희생해야 하며, 모든 아버지는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속에 항상 이러한 위대한 사랑의 감정만 있는 것일까? 사실 남녀 사이의 사랑처럼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역시 사랑과 미움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정신분석가인 위니코트는 어머니가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이 사랑에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 애석하게도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부모 자식의 관계 역시 완벽할 리 없다. 그러므로 아이가 미워질 때는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항상 옳은 일만 할 수 있는 부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우리는 잘못을 하기도 한다. 그 말은 어머니나 아버지도 때로 틀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항상 틀리기 쉬운 인간에 의해 길러지는 존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와 배려, 감사와 유머가 싹튼다.


좋은 부모란 아이의 필요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충족시켜 주는 부모가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결핍되고 상실한 것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주면 아이는 서서히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워 나가고, 현실감을 얻게 되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갈 때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부모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니까.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두 딸을 둔 부모로서 많은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부모 역시 인간이므로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좋고 훌륭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부모의 실수와 좌절, 실패를 통해서도 자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가능한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겠지만

많은 것,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지만,

그것이 자녀에게 꼭 득이 되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성장기 때부터 적당한 결핍과 좌절을 느끼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것을 스스로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보고 한 뼘 더 성숙하게 된다.

어른이 되었을 때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더 큰 결핍과 시련에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자녀는 내 몸을 빌려 낳은 남이라 생각하고,

내게 온 귀한 손님처럼 대하도록 한다.

소유하고 집착하려 하지 말고 개별자로 인정해 준다.

자립, 독립할 나이가 될 때까지 사랑과 신뢰로 충만하게 해주고,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준다.

떠날 때가 되면 자녀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부모는 부모의 인생을 자녀는 자녀의 인생을 살면 된다.

그게 아름다운 부모와 자식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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