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숨 구멍이 필요하다
병원에 출근한 후에 입원한 반려동물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아픈 친구들을 보살피고 난 후에 퇴근하면, 그때부터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하나는 직장인의 하루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의 하루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하루에 두 번 출근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로서 한 번, 작가로서 한 번입니다.
수의사는 말이 통하지 않는 환자를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원인을 파악해야 하고, 보호자의 마음도 살펴야 합니다. 때로는 동물보다 보호자가 더 아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과 병원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무게는 종종 저를 버겁게 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글쓰기는 마치 숨통과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는 해방구였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루 중에 느낀 감정, 지나간 대화,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나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저도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제 글을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댓글을 달아주셨고, 글을 읽고 위로받았다는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때부터 더 열심히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는 저를 돌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습니다. 수의사로서의 저, 작가로서의 저, 한 인간으로서의 저. 그 모든 정체성이 글 속에서 만났습니다.
그러다 라디오에 사연이 채택되기도 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전자책을 냈습니다. 결국 두 권의 종이책까지 출간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출간한 두 번째 책에 그 여정이 잘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수의사면 되었지, 왜 작가까지 하냐고.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저를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글은 제게 또 다른 삶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삶은 피곤하지만, 그만큼 풍요롭고, 단단합니다.
작가가 된 것은 계획된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걸었을 뿐입니다. 때로는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계획된 길이 아니었더라도, 완벽히 준비된 길이 아니었더라도 말입니다.
읽고 쓰는 삶을 병행하게 된 것은 제게 축복과도 같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주었고, 숨구멍을 열어 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써서 삶의 위안과 희망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