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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버튼] 강한 멘털은 기질적으로 타고난다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by 박근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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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다.”

― 루아나 마르케스 ―


흔히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을 보면 “타고났다.”라는 말을 합니다.

마치 정신적 강인함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말하죠.

하지만 단단한 정신력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수많은 경험과 도전, 실패를 통해 점차 강하게 단련되었을 뿐이죠.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교수이자 맥린 병원 ‘불안 및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연구 프로그램’의 책임 연구원인 루아나 마르케스(Luana Marques) 박사는 “정신적 강인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모든 인생은 불안하다』 등에서 인지행동치료(CBT) 원칙을 기반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것이 학습 가능한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반복적인 실패와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경향이 있죠.

미 해병대 역시 신병 훈련 과정에서 신체적 강인함뿐만 아니라 정신력을 단련하는 데 집중합니다.

단순히 힘든 훈련을 견뎌 내는 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죠.

이런 훈련을 통해 미군은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단련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구석’ 5가지


만약 정신력이 타고난 것이라면, 후천적인 경험과 훈련이 정신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저서 『마인드셋』에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들이 더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힘을 갖게 되죠.

다시 말해, 강한 정신력은 타고난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겁니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구석’을 가지고 있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은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강조합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력, 실력, 삶의 의미와 목적,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엇, 의미 있는 타인입니다.

이 중에서 단 하나만 있어도 정신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죠.

이는 정신력이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줘요.


경제적 안정은 정신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정이 중년기와 노년기의 자살 위험에 유의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소득 변동과 경제적 갈등 경험 또한 비장애인의 자살 위험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죠.


또한 2021년 《란셋 정신의학(Lancet Psychiatry)》에 발표된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정과 같은 팬데믹 관련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각각 28%, 26% 증가시켰으며,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자신을 믿기 어려워집니다.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이 있을 때 사람들은 더 강한 자신감을 느끼게 되죠.


실력도 중요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요.

심리학자 앨버트 밴듀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높은 사람일수록 어려움에 더 잘 대처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습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 역시 정신력을 강하게 만듭니다.

삶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리적 고통과 반복적 부정 사고가 더 적다는 연구 결과가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Hooker et al., 2020)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삶의 의미가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 간의 관계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는 연구(Krause, 2007)도 있죠.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실린 메타 분석(Mammen & Faulkner, 2013)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우울증 발병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는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그림에 몰입하며 정신적 안정을 찾았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달리는 습관을 통해 정신력을 유지했죠.

몰입의 다른 말은 ‘행복’입니다. 몰입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정신력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예요.


그리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타인이 곁에 있습니다.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Hao et al., 2021)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구로부터의 사회적 지지가 있는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이 더 높았습니다.

국내 간호사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가 회복탄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강한 정신력은 결국 체력과도 연결됩니다.

《Nature Communications》(Meyniel et al., 2021)에 따르면,

피로가 쌓이면 노력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뇌의 전두엽 피질 기능이 저하되어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요.


이렇듯 정신력은 경제력, 실력, 삶의 의미,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 의미 있는 타인과 같은 요소들을 쌓아 가며 스스로 단련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강한 정신력은 기질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집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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