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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버튼] 내 삶은 늘 행복해야 한다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by 박근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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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 틱낫한 ―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합니다. 마치 행복이 삶의 기본값이고,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기죠. 그런데 과연 행복이 그렇게 절대적인 개념일까요? 우리는 정말 항상 행복해야만 할까요?


소설가 정유정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너무 이상하지 않나. 온통 ‘행복’을 이야기한다. 거의 강박 수준이다. 행복해야 하고,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자기애가 충만해야만 하고….”

동감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행복을 필수적인 상태로 여기고 있어요. 마치 항상 행복해야 하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불행한 감정이 들면 ‘어, 나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냐?’ 하며 스스로를 다그치죠. 인간은 행복하도록 진화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해요.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될 때 벌어지는 일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반드시 행복해야만 한다고 믿으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곧 불행한 순간이 되어 버리거든요. 사실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그냥 행복하지 않은 것일 뿐, 반드시 불행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행복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면, 삶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해석됩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도 있고, 지루한 날도 있으며, 때로는 무기력감이 들 때도 있어요. 이런 감정이 반드시 나쁜 건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행복을 지나치게 중시하거나 직접적인 목표로 삼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2011년 미국심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이모션Emotion》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행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특정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거나 실망감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Mauss et al., 2011)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실패로 인식하고 끊임없는 자기 평가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행복에 집착하고 열광하는 걸까요? ‘인간은 태어났으면 마땅히 행복해야 한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 아닐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좋은 삶 또는 번영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종종 ‘행복’으로 번역되면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게 된 영향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행복한 상태는 정상,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비정상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인간은 정말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행복을 정의하는 개념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저마다 “행복이란 무엇이다.”라고 말하지만 아직 누구도 행복을 정확히,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해요. 결국,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이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 과정에서 설계된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닙니다. 행복은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죠.


따라서 행복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배우 조인성이 “행복은 별거 아니야. 아무 일 없는 게 행복한 거야.”라고 말했듯이, 행복을 거창하고 유별난 걸로 만들 필요가 없어요. 행복하지 않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변하니까요. 기쁘다가도 우울할 수 있고, 의욕적이었다가도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지만, 괜찮아. 비정상이거나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라고 인정하는 게 훨씬 건강한 태도에요.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책 『힘』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들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집을 사는 날’, ‘차를 사는 날’, ‘박사학위를 받는 날’ 행복해질 거라고 상상한다. 푸른 하늘, 사랑하는 사람의 눈망울이 지금 여기 있는데도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따라서 행복보다는 쾌적함과 안정감을 우선으로 여겨야 합니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더 현실적이죠. 행복을 애써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 내 삶에서 불필요한 불쾌 요소를 줄이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3감’을 자주 느끼세요. 감동, 감사, 감탄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고, 일상에서 감사할 것을 찾으며,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설정하세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삶이 중요해요.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통 없는 순간이 곧 행복입니다. 행복을 위해 고통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죠. 그래서 제가 내리는 행복의 정의는 ‘무탈’입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행복을 정의해 보세요. 다만 뭐라고 정의하든, 행복에 집착하지는 마세요. 그래야 행복에서 멀어지지 않고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까요.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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