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자신을 수양하여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 공자 ―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늘 이렇게 배워 왔습니다. “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신을 챙기고 돌보는 일을 왠지 죄책감을 느끼며 꺼리죠. 한국인의 공동체 중심 정서와 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여러 사회 조사에서도 이타성과 공동체 기여가 높은 도덕성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먼저 챙기는 건 결코 나쁘거나 이기적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이타심으로 향하는 첫걸음이에요. 나 자신이 제대로 서 있어야 타인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주는 사람인 ‘기버Giver’, 받기만 하는 사람인 ‘테이커Taker’, 주고받는 사람인 ‘매처Matcher’입니다. 그랜트는 가장 성공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무조건 주기만 하는 ‘기버’, 즉 ‘무조건적인 기버Selfless giver’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챙기면서 타인을 돌보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기버Otherish giver’라고 밝혔습니다. 무조건적인 기버는 타인을 돕느라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해 번아웃 상태가 될 수 있지만, 성공적인 기버는 타인을 돕는 동시에 자신의 경계를 설정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줄지 신중히 선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어 낸다고 설명했죠. 이는 ‘이기적 이타주의자’와 일맥상통합니다.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내가 건강하고 바로 서야 장기적으로 타인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다는 진리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나를 이롭게 하는 게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있습니다. 불교적 개념에서 나온 말로, 나를 이롭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타인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죠. 일본의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Inamori Kazuo는 이 개념을 경영에 적용하여, 자신을 먼저 관리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건강을 도모했습니다.
비행기에서 응급 상황이 생기면 승무원은 항상 이렇게 안내합니다.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본인의 마스크를 먼저 착용한 뒤 옆 사람을 도우세요.”
왜 그럴까요? 내가 먼저 숨을 쉬고 건강해야 타인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내가 건강해야 가정도 건강합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만을 강요하면 결국 모두가 무너져요.
언젠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가족과 직장을 위해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좋은 사람’이라 칭찬했지만, 정작 그는 우울증과 건강 악화로 무너졌습니다. 결국 그가 쓰러지자, 가족도 큰 어려움에 부딪혔죠. 그가 자신부터 챙겼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셀프 컴패션Self-Compassion’이란 개념을 이야기하며, 자기 연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도 더 따뜻하고 공감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기 돌봄이 대인 관계 만족도와 전반적인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죠. 나를 챙기는 게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역사에서도 ‘자리이타’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공자 역시 『논어』에서 “자신을 수양하여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修己以安人.”라고 하며, 개인의 수양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어요. 세상을 이롭게 하려면 나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나를 먼저 챙기는 건 타인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이타심의 시작입니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사람만이 지속 가능한 헌신을 할 수 있어요. 조건 없는 희생은 결국 나 자신과 주변을 함께 무너뜨릴 뿐입니다. 내가 우선입니다. 내가 먼저예요. 내가 바로 서야만 가정도 바로 서고, 내가 건강해야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나를 챙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자신을 돌보는 일은 이기심이 아니라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일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고 성숙한 태도예요. 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합니다. 자신에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지 말고, 자신을 먼저 챙기는 용기와 현명함을 가지세요. 나를 먼저 챙기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이자 진정한 이타심입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