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자녀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으나 생각까지 줄 수는 없습니다.”
― 칼릴 지브란 ―
좋은 부모가 되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자녀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강하며, 실수 없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요. 이런 생각이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부모가 실수와 실패를 숨기는 것이야말로 자녀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왜 그럴까요? 자녀는 부모의 말보다 행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성장 마인드셋’ 연구를 통해 부모가 실패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이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가 실수를 숨기고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 할 경우, 아이들은 실패를 부끄럽게 여길 뿐 아니라 작은 실수에도 쉽게 좌절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반면 부모가 실수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죠. 실패는 창피한 게 아니라 배움의 과정이라는 걸 부모가 직접 보여 줘야 합니다.
부모가 실수하는 모습을 숨기면, 아이는 본인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 있어요. 실제로 부모의 완벽주의 성향이 자녀의 불안감을 높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완벽함만 강조하면, 아이는 실수를 감추고 변명하는 법을 배워요. 부모가 “엄마도 실수했어, 하지만 다시 해 볼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실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죠.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태도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숨길 대상이 아니라 공유해야 할 가치 있는 경험입니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취약함이나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자녀의 정서적 회복탄력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실수를 감추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작은 실패에도 자책하며 쉽게 위축되지만, 부모가 실수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부모가 삶의 현실을 보여 줄 때,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워요.
부모가 약점을 인정할 때 일어나는 일
부모가 완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오히려 자녀와의 거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글에서도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약점을 인정하면, 아이는 부모를 더 가깝게 느끼고 신뢰하게 됩니다.
제 친구는 아이 앞에서 늘 강한 척하다가, 어느 날 “아빠도 무서울 때가 있어.”라며 속내를 꺼냈어요. 그러자 아이가 “그럼 내가 안아 줄게.”라며 달려오더랍니다. 부모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나누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더 높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강한 척하는 부모보다, 진짜 감정을 나누는 부모가 더 깊은 신뢰를 얻습니다.
부모의 실수는 자녀에게 공감의 씨앗을 심어 줍니다. 부모가 자신의 힘든 순간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나누는 법을 배우죠. 퇴근 후 아빠가 아이에게 “오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면, 아이가 “나도 오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어.”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할 때 자녀의 공감 능력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완벽한 부모는 마음의 거리를 만들지만, 인간적인 부모는 마음의 거리를 더 가까워지게 합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애쓰지 마세요.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부모도 예외는 아니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게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여러분도 떠올려 보세요. 부모의 완벽함이 기억에 남았나요, 아니면 인간적인 순간이 더 깊은 흔적을 남겼나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사한 모습보다 진짜 삶을 보여 주세요. 그래야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웁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