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 숀 아처 ―
얼굴을 보고 성격을 판단하고, 첫 만남에서 받은 느낌을 근거로 상대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직관적으로 판단한 게 꽤 자주 들어맞는 듯 보이고, 그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죠. 과연 첫인상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정확한 기준이 될까요?
첫인상은 빠르게 형성되지만, 그것이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아요.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토도로프Alexander Todorov는 사람들이 얼굴 사진을 보고 0.1초 같은 매우 짧은 시간에 상대의 능력이나 신뢰도 같은 특성을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빠른 판단이 실제 성격이나 능력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때로는 편견에 기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첫인상으로 판단한 성격 특성이 실제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즉,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첫인상과 ‘확증 편향’
첫인상의 위험성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서도 나타납니다. 일단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면, 우리는 그 이미지를 강화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특정 인물의 사진을 보여 주고 성격을 추측하게 한 뒤, 이후 실제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냉정해 보인다’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그가 친절한 행동을 해도 ‘가식적이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인상’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같은 행동을 보고 ‘역시 친절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했죠. 결국, 첫인상은 객관적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외모와 실제 성격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외모를 보고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일 거라고 판단하는 건 통계적으로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오류는 혈액형 성격설이나 MBTI 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사람은 O형이니까 사교적일 거야’라든가 ‘INFJ니까 예민할 거야’ 같은 생각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나 과학적으로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MBTI 역시 성격의 고정적인 틀이 아니라 선호 경향성을 보여 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또한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 결과에 따라 고정관념을 가지고 팀원을 평가하는 것은 팀 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첫인상에 의존하는 건 인생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해서 ‘냉정한 사람, 비호감’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면, 우리는 소중한 인연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외적으로 다소 거칠어 보여서 ‘거만한 사람’이라고 오해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따뜻한 성품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죠. 첫인상을 맹신하는 것이야말로 편견에 갇혀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겁니다.
첫인상이 틀렸을 때의 대가는 치명적입니다. 열 번 중에 아홉 번 맞았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중요한 기회를 잃을 수 있죠. 그 한 번이 나에게 평생 도움을 줄 귀인이었다면, 또는 나의 삶을 바꿔 줄 소중한 인연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인생을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게 합니다. 그땐 이미 후회해도 늦어요.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건 첫인상이 아니라, 그와 나누는 경험과 대화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첫인상을 맹신하지 마세요.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계를 만들고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는 길입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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