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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리셋

[리셋 버튼] 선의로 한 말이니 괜찮다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by 박근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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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세 개의 문을 통과하게 하라.

첫째, 그 말이 사실인가?

둘째, 그 말이 필요한가?

셋째, 그 말이 따뜻한가?”

― 수피 속담 ―


우리는 흔히 좋은 의도로 한 말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깁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이에요. 아무리 좋은 뜻에서 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상처받았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을 쓴 김종원 작가는 “침묵보다 나은 말을 해야 하고, 여백보다 나은 글을 써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때로는 한마디 말이 누군가를 깊이 위로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칼날이 되기도 하죠. 우리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이 말을 꼭 해야 할까?’

‘이 말이 정말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까?’


“힘내.”라는 말의 역설


예컨대 “힘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좋은 의미로 건네지만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한테는 “더 노력해야 해.”, “더 쥐어 짜내 봐.”로 들릴 수 있어요. 일본 드라마 〈Dr. 린타로〉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이미 지나치게 힘을 내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은 낭떠러지 끝에 선 사람을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위로는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말은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정과 맥락이 함께 작용해요. 히타노 히로시는 『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온화한 모습으로 다정한 말을 건네지만, 결과적으로 고통을 준다면 그것은 잔혹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에요. 좋은 말투로 조언하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입니다.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은 ‘말의 의미는 단순히 단어의 뜻을 넘어, 말하는 방식, 억양, 비언어적 신호, 그리고 듣는 사람의 해석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건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지금의 상황과 너의 감정을 가볍게 여긴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요. 이처럼 말의 힘엔 의도가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힘든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논리적 조언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옳다.”, “네가 그랬다면 이유가 있을 거야.”,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이런 말들이 때로는 더 큰 힘이 돼요. 우리는 종종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하지만, 정작 상대가 원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이해받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수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세 개의 문을 통과하게 하라. 첫째, 그 말이 사실인가? 둘째, 그 말이 필요한가? 셋째, 그 말이 따뜻한가?”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습니다. 말은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고, 필요해야 하며, 무엇보다 따뜻해야 해요.


침묵은 소극적인 게 아닙니다. 침묵도 하나의 언어에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신중하게 듣는 사람이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말이 많다고 더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한 순간에 공감하는 게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작가 강원국은 말합니다. “말실수를 줄이려면 말수를 줄이고, 미리 걸러 본 후 말하고, 상대 표정을 살피고, 말한 후 복기해 보라.” 즉, 우리에겐 말하기보다 듣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나는 선의로 말했으니 괜찮아’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하세요.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말은 감정이며 관계이고 힘이에요. 우리는 이 힘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선의로 한 말이라도, 듣는 이가 상처받았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에요. 여러분 눈에 보이는 말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에 필요한 말을 해 주세요. 그게 바로 남을 살리는 말입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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