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일과 일상의 분리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순간부터는 일과 일상이 분리되어야 한다.
집으로까지 일을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일상은 무너진다.
난 10년 이상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직업적 특수성도 한몫을 했다 생각한다.
아픈 환자가 왔다.
필요한 치료를 해주고 환자는 보호자과 함께 집으로 갔다.
나도 퇴근을 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도 그 환자가 생각이 난다.
잘 나을까, 내일은 상태가 좋아질까.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떤 검사와 치료를 더 해줄까.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면 나는 더 몰입하게 된다.
퇴근 후에도 더 골똘히 그러한 생각에 빠지는 거다.
몸은 집에 와 있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들과 놀면서도,
다른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환자의 잔상, 환자에 대한 염려와 걱정에 사로잡혀있는 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상태가 이러하니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며 몇 차례 번아웃이 왔다.
심각한 무기력, 무력감, 졸림 등 다양한 이상 증상이 동반되었다.
기간도 오래가더라.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어떠한 식으로든 삶의 형태에 변화를 주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는데,
당시엔 그저 무식하게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릇된 자존심이었는지 아님 그마저 실행할 의욕이나 용기가 없었던 건지.
그나마 큰 탈이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다행히 지금은 일과 일상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공감이 될 거다.
일과 시간에 마무리짓지 못한 업무, 잔업을 챙겨 와 퇴근 후 집에서 하는 날들.
퇴근 후 업무과 관련된 생각으로 일과 일상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는 날들.
주말도 예외가 없는.
이는 사람을 갉아먹는다.
불가피하게 일주일에 하루 정도야 모를까,
그 외엔 반드시 일과 일상이 분리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일상도 일도 나도 다 지킬 수 있다.
혹시 자신이 많이 지쳐 힘들거나 번아웃이 왔다고 생각한다면
운동, 산책, 명상, 여행, 지인과의 대화(상담)를 추천한다.
나 자신도 이것들을 다 실천하진 못했지만 일부는 해보니 도움이 되더라.
만약 이것들로 호전되지 않거나 해결이 되지 않으면
꼭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보길 바란다.
너무 늦으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나 자신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