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된 건물에서 생활하기

춥고 덥고..

by 이웃의 토토로

새로운 자리는 남서향이다. 햇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침에는 아직 기온이 오르지 않은 탓에 발이 시리고, 오후를 지나면 선풍기를 틀어야 할만큼 덥다.


판교의 건물들은 전면 유리로 된 건물이 대부분이다. 외벽을 유리로 할 때 좋은 점은 기둥을 세우고 유리로 외벽을 만들기에 빌딩을 세우는 건설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채광에도 좋고 바깥이 잘 보여서 답답한 느낌도 줄어든다.

반면에 햇살과 기온, 바람에 취약하다. 해가 뜨기 전에는 건물이 춥고, 해가 뜨고 날이 좋으면 실내가 금방 더워진다. 햇살이 쨍 한 날이면 눈이 부셔서 일을 하기도 힘들다. 작은 창문을 열면 바람이 엄청 불어들어온다.


유리로 바깥이 잘 보이지만 햇살때문에 온통 하얀색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어서 오히려 바깥이 안보이는 아이러니가 되었다. 내부 온도를 품고 있지 못하고 외부 온도에 금방 동화되기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 단열재를 넣을 벽이 없으니 냉방과 난방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천장에 에어컨이 있지만 다들 탁상용 미니 선풍기를 가지고 있다. 자리에 미니 가습기를 두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여름엔 오후 6시에 에어컨이 꺼지면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나서 마우스를 잡은 손날이 책상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겨울엔 역시 난방이 꺼지고 좀 지나면 손발이 시려온다.


판교는 서울공항의 이륙 방향이라서 비행기가 낮은 고도로 많이 지나간다. 국군의날 행사가 있거나 에어쇼가 있을때면 빠른 속도로 전투기들이 연습비행을 한다. 한 번 지나가면 판교 건물들의 유리가 깨질듯이 진동을 하는데 정말 와장창 깨져서 쏟아지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집의 안방도 두 면이 전면 통유리창이라 요즘같은 영하의 날씨엔 외풍이 엄청 심하다. 밤에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들 정도로 춥다. 방바닥에 발을 대면 냉장고 같은 차가움을 느낀다. 같은 이유로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거겠지.


쉽게 만들지만 유지하기엔 불편한 유리 건물이 판교 사무실에 많이 있다. 새로 지은 서울 시청도 유리로 덮혀 있어서 같은 증상을 겪는다고 들었다. 다른 유리로 덮힌 건물들도 비슷할 것이다. 보기 좋은 것이 생활하기에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260106. 1,119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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