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 깨닫는다.

너와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

by 스페라

행복은 늘 작은 것들 속에 숨어 있다. -톨스토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집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태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종일 집에서 먹고 자고 노는 걸 보면 가끔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가을바람이 솔솔 부니 밖에 나가 뛰어놀면 좋을 텐데, 창문 틈에 앉아 바깥만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이곤 한다.

남편 역시 그럴 때마다 짠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결국 우리의 마음일 뿐이다.

고양이가 창밖을 보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라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다.

새를 주시하고, 벌레가 들어오면 재빨리 잡고 창밖을 지키는 건 나름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며 안타까워했던 것이다.


사람은 흔히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데, 상상과 편견으로 오해가 생기고 상처가 오간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줄 때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줄 때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내가 편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건네곤 한다.

태양이를 키우면서 그 사실을 자주 깨닫는다.


집돌이라 밖에 나가면 무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깥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은

내 욕구가 올라올 때, 안고 싶을 때 내 마음대로 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이야 말이 통하니 다행인데, 고양이는 말도 안 통하니 녀석이 좋아하는 걸 찾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최대한 무엇을 좋아할까? 태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화장실 문제를 알게 됐다.

입양 때 받아온 화장실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우연히 태양이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태양이의 화장실이 너무 작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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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검색 후, 고양이는 화장실이 커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특대형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모래를 듬뿍 채워줬다.

그랬더니 녀석이 화장실로 직행, 집 장만이라도 한 사람처럼 벌렁 누워 좋아했다.

말수 적은 놈이 고맙다는 듯 '야옹'거리며 모래밭에 뒹굴며 좋아하는데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원하던 게 저거였는데, 말을 못 하니 기다렸구나 싶어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화장실 모래를 갈면서 작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못했을까 자책이 됐다.

그 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들락날락거리며 골골거리던지 (고양이는 기분이 좋으면 골골골 소리를 낸다) 태양이를 보며 우리는 한참을 뿌듯해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뼛속 깊이 느낀 순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고양이도 행복하면 표현한다는 걸.

동물도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고 사는데 나도 고마우면 고맙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더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겠구나...

그래야 상대가 행복해지고 나도 더 행복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태양아, 너를 키우면서 내가 크는구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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