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집사가 되고 싶다.
태양이가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젠 내가 엄마인지도 남편이 아빠, 형아가 누구인지도 알고, 우리의 생활패턴에 맞춰 자고 일어나 밥을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고 있는 내 머리맡에서 골골송을 부르며 온몸을 비비고, 뒹군다.
간식 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퇴근하고 온 남편을 기다렸다가 숨바꼭질도 신나게 한다.
부르면 오기도 하고, 특유의 시크함으로 쌩 하고 가버리고 한다.
거실 한 중간에 대자로 배를 까고 눕지는 않아도
이젠 제법 편해졌는지 여기저기에 드러누워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안거나 쓰다듬으면
좋아하다가도 갑자기 무는 경우가 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무는 게 아니고, 살짝 깨무는데
이걸 흔히 '러브바이트'라고 한다.
너무 좋아서 흥분을 하거나, 귀찮으면 그만하라는 신호로 무는 것이다.
물려서 아픈 건 아닌데, 내 손을 장난감처럼 여기면 안 되니 물때마다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며 습관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쌓여온 습관이라 그런지 종종
선을 넘을 때가 있다.
어제가 딱 그랬다.
모르고 욕실문을 열어뒀는데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발바닥에 물이 흥건히 묻어 있었다.
안아서 수건으로 발을 닦아주는데 심기가 불편했는지 내 팔뚝을 앙하고 무는 게 아닌가.
절대 세게 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는 버릇을 고쳐야 하니 "안 돼! 물면 안 돼!" 하고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무시하고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인데 기어이 성질 머리가 올라온 것이다.
그랬더니 나를 두어 번 앙앙 물면서 대드는 게 아닌가.
"어쭈~! 대들어!! 엄마가 물면 안 된다고 했지?" 목소리에 힘을 빡 주고 잔소리를 했더니
이번엔 하찮은 하악질을 한다.
어디서 감히 하악질을!
내가 더 크게 얼굴에 대고 엄마 고양이처럼 하악질을 했더니 태양이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깨갱하고는 옷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미쳤지? 고양이가 뭘 안다고!! 뭐라 했을까... 혼난다고 고쳐지는 게 아닌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는데... 칭찬으로 키워야 하는데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왔다.
그래도 바로 가서 달래주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설거지를 했다.
그릇을 씻는 동안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신뢰가 깨지면 어쩌지...
아직 100% 마음이 열린 게 아닐 텐 데...
괜히 그랬나 싶은 게 영 마음이 불편했다.
설거지를 하고 츄르라도 하나 들고 가서 사과하고 달래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다리에 뭔가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싶어서 내려다봤더니 태양이었다.
내 다리에 몸을 살짝 비비고는 종아리에 코키스를
하는 게 아닌가.
심장이 쿵!!
태양이가 먼저 사과를 했다.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혼자 방에 들어가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와서 사과하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내가 가서 달래줘도 안 풀리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는데, 먼저 다가와 주다니 가슴이 뭉클해져서...
정말 마음이 찌릿찌릿 저려서 안아 올려
뽀뽀를 해줬더니 태양이도 좋은지 내 얼굴을 핥았다.
고맙고 미안해서 츄르를 하나 줬더니
어찌나 잘 먹던지 웃음이 났다.
아들내미 어릴 때, 혼나면 하는 행동이랑 똑같아서... 육아를 다시 하는구나 싶었다.
마음이 통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태양이가 우릴 사랑하고, 우리가 태양이를 사랑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감사한다.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태양이에게
하루하루 사랑으로 배워감에
부족하지만
좋은 집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