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배우는 느린 성장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우리만의 리듬으로

by 유진오

세상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모든 것이 성취와 결과로 평가되고 아이의 교육조차 어릴 때부터 쉼 없이 채찍질당한다.

하루라도 늦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

남들보다 앞서야 살아남을 것 같은 조급함.

나는 가끔 그 속도에 휘둘린다.

학원 상담을 다니다 보면 내 아이가 가장 느리게 보일 때가 있다.

“요즘은 벌써 이걸 끝냈어요.”

“다른 아이들은 이걸 하고 있어요.”

상담 선생님들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용히 마음 깊은 곳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나는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는 괜찮은 걸까?’

주변은 부지런히 달리는데 내 아이는 아직 한 걸음, 한 걸음 더딘 걸음으로 걷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 아이를 조급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무엇이든 우리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비교는 하지 말자.

우리의 시간을 믿자.

아이는 레고를 하다가 퍼즐을 맞추다가 조금만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금세 “몰라”, "싫어" 하고 손을 놓아버린다.

그 장면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다.

조금만 더 해보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버티면 연결될 것 같은데.

나는 입술을 깨물고, 아이 옆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천천히 해보자.”

그렇게 말해주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들려주는 말이다.

조급하고 싶어지는 내 마음,

남들과 비교하고 싶어지는 내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수학 학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던 어느 날 나는 그 기억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다.

옆방에서 문제를 풀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럽고, 속상해서,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울음.

나는 조용히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안아주고 싶었다.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아이 스스로 그 서러움을 삼키고, 다시 문제를 마주하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그날 아이는 울면서도 조금씩 문제를 풀어나갔다.

아직 서툴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빠르게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넘어지고, 울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을 같이 견디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아직도 흔들린다.

아이의 느린 걸음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나지막이 속삭인다.

우리는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천천히 가도 괜찮아.

아이는 아이만의 리듬으로 자라고 있고, 나는 나만의 속도로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를 기다려주는 동안, 나 자신도 기다려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믿기로 했다.

오늘의 느린 걸음이 언젠가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거라고.

오늘의 서툰 발걸음이 언젠가는 튼튼한 길이 되어줄 거라고.

아이를 기다리며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이 느린 여정을 조심스럽게 사랑하려 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금세 결과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 둘의 하루하루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느린 여정을 조심스럽게 사랑하려 한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서툴지만 단단하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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