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은 조용히 찾아온다

10화 아무도 몰라도,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질 때

by 유진오


수치심은 소리 내어 말하기 어렵다.

화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슬픔처럼 위로를 요청하지도 않는다.


수치심은 조용히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마음 한가운데를 무너뜨린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 줄에도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속으로 자책이 시작된다.


“왜 그랬지.”

“이런 말은 하지 말 걸.”

“내가 참 모자라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

내 안에서 자신을 재단하고 있다.


수치심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느낌보다

'내가 잘못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심는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깊이 파고든다.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집에 돌아와

불 꺼진 방 안에서 문득 고개를 숙인다.


그날의 말투, 표정, 눈빛까지 떠올리며

혼자서 부끄러움을 다시 반복한다.

마음은 금방 피로해지고

무기력이 스며든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배워간다.

이 감정을 밀어내지 않기로.

감정은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저 인정하고,

내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연습을 한다.


“이 감정이 지금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그게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진 않아.”

그렇게 조용히 스스로를 안아본다.




오늘의 여백

오늘, 당신 마음에 불쑥 스며든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혹시 조용히 자신을 밀어내고 있진 않으셨나요?

그 마음을 이곳에 살며시 내려두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