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그들의 지난날과 현실
처음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저 흐르는 세월 속에 자연스러운 변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결혼 청첩장을 받으며 환하게 웃던 친구의 미소, 아이가 태어났다며 행복해하던 지인의 목소리.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계에 맞춰 인생의 다음 챕터로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친 시간들 사이로,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기억합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던 김 대리님, 밤을 새워가며 디자인 시안을 만들던 내 친구,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던 동네 동생. 그녀들에게도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온전히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불리며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라는 현실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경력단절이라는 차가운 단어는 그녀들의 이력서뿐만 아니라 마음속 자존감마저 지워버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건넨 말이 가슴에 깊이 박혔습니다. “나도 다시 일을 하고 싶은데…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했고, 나는 그냥 멈춰버린 고장 난 시계 같아.”
그녀의 눈빛에서 깊은 무기력함을 보았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혹은 가족들이 잠든 새벽,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해 보려 컴퓨터 앞에 앉아보지만, 이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창을 닫아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바깥출입, 좁아지는 인간관계, 그리고 찾아온 우울증.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해”, “내조 잘하는 아내가 되어야 해”라는 의무감 뒤에 숨어, 정작 ‘나 자신’은 돌보지 못한 채 소진되어 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의 이야기였고, 제 아내의 고민이었으며,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오늘’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거창한 사회적 기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시 웃을 수 있게 도울 수 없을까?” 무엇이 필요한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단순한 위로나 생활비 지원이 아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나도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효능감, ‘내 결과물이 세상에 받아들여진다’는 성취감, 그리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이 제품이 되고, 누군가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 한 번의 경험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디딤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 해피빈 펀딩 프로젝트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분들이 ‘나만의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입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게 교육부터, 제품을 만들 재료를 지원합니다. 기획부터 제작, 그리고 세상에 내놓는 첫걸음까지, 혼자서는 두려워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그 길을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해피빈 프로젝트는 자신감을 잃었던 한 여성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용기’이며, 잊혔던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선언’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녀들이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내 감각이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사실을 경험하고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 경험이야 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희망의 릴레이’입니다.
경력단절의 터널은 길고 어둡습니다. 그 안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내비게이션은 먼저 그 길을 빠져나간 사람의 ‘발자국’입니다. 이번 펀딩을 통해 첫 번째 주인공이 자신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지금도 집 안에서 홀로 고민하고 있을 또 다른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저 친구도 해냈잖아.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의 후원으로 탄생한 첫 번째 성공 사례는 다음, 그리고 또 그다음 여성의 꿈을 피우는 씨앗이 됩니다. 한 명이 일어서면, 그 힘으로 다른 한 명의 손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펀딩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아름다운 연대의 시작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곁에도, 혹은 여러분 자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저희 부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지성인인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펀딩 금액은 재료비, 시제품 제작비, 그리고 그녀들의 제품을 알리는 홍보비로 투명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후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응원합니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합니다.”, “멋진 제품이 나올 것 같아요.”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댓글 하나하나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는 그녀들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용기가 됩니다. 차가운 편견 대신 따뜻한 시선으로, 무관심 대신 다정한 격려로 그녀들의 등을 토닥여 주세요.
멈춰있던 그녀들의 시간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회색빛으로 변해가던 일상이 다시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 수 있도록, 지금, 여러분이 그녀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세요.
한 사람의 꿈을 지키는 일,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내일을 지키는 일입니다.
소중한 마음을 모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