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때의 마음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과 닮아 있다.
설레지만, 조금은 두렵고
기대되지만, 익숙한 것을 잠시 놓아야 하기에 망설여지기도 한다.
처음 에디터를 열고,
빈 화면 앞에 앉았던 그 날을 떠올린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고,
한 줄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 시간이 어쩐지
공항에서 짐을 부치기 전의 긴장과 닮아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땐
지도 위에 목적지를 표시하고,
짐을 싸고, 낯선 언어를 익히고,
필요한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긴다.
프로그래밍도 그렇다.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를 설계하고,
라이브러리를 고르고, 로직을 정리해간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방향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그리고 이 여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코드를 짤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넘어서,
나는 이 코드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삶에 어떤 여유를 줄 수 있을까.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코드를 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길을 만나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며,
조금 더 나다운 방식으로.
모든 여정은 떠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코드 한 줄, 한 걸음.
그 준비가 모여 나만의 방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