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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복잡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많이 알고, 많이 해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로는, 단 몇 줄의 코드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프로그래밍은 가르쳐주었다.
출근하자마자 반복하던 엑셀 정리.
이메일로 수동 전송하던 보고서.
마감 직전까지 허덕이던 시간들.
파이썬을 배우고 처음 만든 자동화 스크립트는
그 모든 반복을 단순한 명령어 몇 줄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몇 줄이 내 하루를 바꾸었다.
중요한 건 ‘많이’가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코드 몇 줄이면 충분했다.
여행도 그렇다.
모든 계획을 완벽히 세우지 않아도,
단 하나의 장소에서 깊은 울림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명소를 다 돌지 않아도,
어느 벤치에 조용히 앉아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은 완성된다.
우리는 자꾸만 '더'를 바라보지만
때로는 ‘덜어냄’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코드를 짜며 배운 건
단순함이 주는 자유.
그리고 그 자유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이었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복잡함은 정말 필요한가?
지금 이 순간, 단 몇 줄의 코드로 바꿀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코드는,
내 삶을 얼마나 단순하고 따뜻하게 바꿔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