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발에 밟히던 길
어느새 붉어진 주황빛 세상.
옆에서 걷는 너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간지러웠다.
무심한 듯 스친 너의 말
"예쁘다."
그 두 글자에
굳게 닫혔던 심장이
쿵, 소리 내어 내려앉고
미처 숨기지 못한 열기는
볼을 타고 발그레 번져갔다.
바람이 실어 온 너의 향기
어색한 침묵 속을 채우고
괜히 앞서 걷던 걸음은
다시 느릿하게 나란해졌다.
말없이 바라보던 저녁 하늘
붉게 타오르던 노을처럼
어쩌면 우리도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