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는 저녁, 길 위에
주황빛 물감이 번지던 시간.
나란히 걷던 너의 어깨에
괜히 시선이 머물곤 했다.
별 의미 없이 툭, 내뱉은 말
"예쁘다."
알고 있었을까, 그 짧은 한마디에
내 심장도 덩달아 쿵, 내려앉은 걸.
살며시 본 네 볼에는
노을빛 닮은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그 순간을 감싸던 바람 소리는
우리 둘만의 비밀처럼 속삭였다.
어색함도 좋았던 침묵 사이로
점점 더 깊어지던 어스름.
나는 그저 옆에 선 것만으로도
세상이 온통 따뜻해짐을 느꼈다.
아마 너는 몰랐을 거야.
그 밤, 바람보다 더 크게
내 안에서 불어오던 설렘을.
그렇게 우리는, 노을처럼
천천히 서로에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