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힘줘서 강조하던데, 여행이 그럴 정도인가?” 순도 100% 재미난학교 토종 학부모가 오래전 재미난학교 입학 설명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던 중 꺼낸 말이었다. 여행이 그 정도로 중요치 않다는 것과 재미난여행은 그렇게 대단한 게 있나? 정도의 의미로 해석했다. 음. 순혈이 아닌 나는 여행이야말로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행을 강조하는 것은 재미난학교의 스스로 배움이라는 문화를 잘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가는 여행은 수학여행이다. 초, 중, 고 한 번씩 가니 12년 동안 3번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미난학교는 일 년에 3번 여행을 간다. 봄, 가을에 한 번씩 그리고 겨울에 또 한 번 간다. 초등 1학년부터 중등까지 각 학년별로 봄, 가을 여행을 가고, 겨울은 전 학년이 함께 간다. 국공립학교에서 12년 동안 3번 가는 여행을 재미난학교에서는 1년 만에 모두 가는 것이다. 초등 6년 동안 18번, 중등까지 합치면 학교에서 가는 여행만 무려 27번이다.
왜 이렇게 여행에 진심일까? 여행이야말로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는 가장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난학교의 여행은 관광버스가 먼저 떠오르는 수학여행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런 프로그램화된 코스 여행이 아니다. 여행 계획을 각 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짠다. 각자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고르고 ‘왜 이곳을 골랐는지? 여행지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발표한다. 그리고 같은 반 아이들의 인기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이 최종 여행지로 결정된다. 때문에 각자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최대한 어필하는 치열한 설득 과정이 펼쳐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여행지에 대해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지가 결정이 되면 어디를 방문할 것인지, 숙소는 어디로 할지, 교통편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또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담당자를 정해 각자 조사하고 발표한다.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없다. ‘어린아이들이 이걸 어떻게 하지?’ 싶을 텐데, 이미 이런 과정은 재미난학교 20년의 여행 경력이 보증을 한다. 교사들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사들이 하는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우리 아이도 재미난학교 중등 입학 후 첫 여행을 떠났다. 몇 끼는 직접 해 먹는다며, 식용유와 쌀, 소금 등을 바리바리 챙겨갔다. 웃기게도 아이들이 직접 해 먹은 밥이 제일 맛있었다는 후일담도 있었다. 우리 아이는 첫 여행인 만큼 커다란 배낭에 이것저것을 엄청 집어넣고 싸갔다. 출발 전 찍은 단체 사진을 보니 우리 아이 배낭이 가장 거대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재미난학교의 여행을 맛본 친구들의 가방은 하나같이 홀쭉했다. 유경험자의 위엄인가 싶었다.
여행의 일상은 학교 온라인 카페에 매일매일 일기처럼 올라왔다. 무엇을 먹었고, 어디를 갔고, 무슨 일이 있었고. 여행일기도 매일 담당 조를 정해서 하루씩 올린다. 올라오는 글과 사진을 보면 일기를 작성하는 아이들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여행 전날 아이가 조금 걱정되었던 나는 저녁 늦게 올라오는 후기를 보며 즐겁게 여행하는 아이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었다.
관광버스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또 여행지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일기로 보며, ‘진짜 여행이란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의 첫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의 모습은 꼬질꼬질 그 자체였다. 얼굴과 몸은 까맣게 그을리고 배낭과 옷가지 그리고 온몸에서 옥수수 쉰내를 찐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한 아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가을 여행을 벌써부터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