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음)…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스무배 승선을 환영합니다. 우리 스무배는 삼각산에서 출발해 희망봉에 도착하는 스무배 더 재미난편입니다. 삼각산재미난학교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즐겁고 재미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재미난학교 전교생과 학부모들도 총출동하는 마무리잔치. 학생들이 1년 동안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재미난학교의 말 그대로 마무리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올해는 특별히 재미난학교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홈커밍데이가 뒤이어 준비되어 있다. 어울림위원회가 20주년 기념행사를 맡아 장소 섭외에서부터 식사 예약, 기념품, 20주년 기념 포토월 제작 등 전반적인 행사 운영을 준비했다. 나는 20주년 기념영상제작을 맡아, 행사 당일은 정작 할 일이 없어 심부름과 포토월을 설치하며 손을 보탰다. 학교 행사지만 정말이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합심해 학교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와 함께 마무리잔치가 시작됐다. 첫 번째 등장 순서는 1학년들이다. 1년 동안 배운 줄넘기 실력을 선보인다. 귀여운 음악에 맞춰 율동과 다양한 줄넘기 방법으로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처음 줄넘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왔다. 봄에는 줄넘기를 처음 배워 한 개도 제대로 못했던 꼬맹이들이, 여름이 되고 금세 백 개를 넘기는 장면에서 “우와~ !“하는 학부모들의 감탄사가 나왔다. 1학년 아이들의 줄넘기는 물개 박수와 함께 앵콜이 쏟아졌다. 첫 번째 순서부터 앵콜이다.
학년별로 1년 동안의 학교생활 영상들이 나오고, 준비한 연극과 댄스 공연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별주부전과 12간지 이야기를 동물 의상을 맞춰 입고, 그림자 인형극을 섞어가며 연극으로 선보였다.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마을에 있는 어린이극단 ‘진동’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력을 뽐냈다. 한 아이는 연기가 떡잎부터 남 다르다. 스타니슬라브스키가 고안했던 메소드 연기. 감정과 표현이 살아있다. 부모에게 연기학원을 다니는지 물어봤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해 연기학원에 보낼 생각이란다. 좋은 생각. 이런 아이들은 좀 해봄직 마땅하다. 아이돌 댄스는 이제 어느 학교에서나 빠지지 않는 필수템이 되었다. 이건 재미난학교도 마찬가지. 재미난학교도 댄스동아리가 있다. 아이돌을 모르는 나는 뉴진스 인가 싶었다. 복고가 다시 유행인가? 여기서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추는 마카레나를 보게 될 줄이야. 라떼가 생각났다.
마을배움터 수유재에서도 ‘마을, 재밌다’를 주제로 미리 공모전을 열었었다.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우리 아이 이름이 호명됐다. 순간 진심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가 응모한 사진은 반려묘 사진. 이건 좀 말빨로 얻어걸린 것 같다. 아이의 출품 의도는 대략 이랬다. ‘마을에서 사람들을 응원하고, 아껴주는 건 동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정작 출품한 사진은 반려묘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아니고, 집에서 찍은 일상 사진. 공정한 투표를 거쳐 당선됐다지만, 의구심이 든다. 말이나 글로 무언가를 포장하는 기술은 나날이 실력이 쌓이는 것 같 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도 응모를 했었지만 아깝지도 않게 탈락했다는 후문. 마무리잔치 3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중간중간 다음 순서를 안내할 때 화면에 ‘스무배 더 재미난’ 로고가 계속해서 나왔고, 내 발바닥은 간질간질거렸다(올해 초 20주년 기념로고 공모전에 내가 출품했던 로고다). 마무리잔치 시작과 동시에 20주년 기념영상이 나왔다. 조금 부끄럽다. 2주 동안 유튜브를 스승 삼아 편집인의 시간을 보냈다. 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감정이 들었을까? 올해 새롭게 만든 학교 소책자도 행사장 입구에 비치되었다. 저건 호랑이와 함께 6개월 정도 작업했던 결과물. 올해 20주년에 중등학부모가 되어, 1년 동안 활동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기분. 무언가 보탬이 될 수 있어 셀프 훈훈한 느낌. 이제 산책모임에서 시작한 이글들이 책으로 출판하게 되면 마지막 대미가 아름답고도(?) 뜻깊게 완성되는 상황이다. 출판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다잡기로!!
이제 2부인 홈커밍데이 시간. 미리 세팅된 식당으로 이동. 20주년 기념으로 졸업생과 부모들 그리고 재미난학교와 재미난마을의 초대 설립자분들도 함께 초대되어, 20년 전 시작된 재미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꿈꾸는 어린이집’이라는 공동육아에서 출발해 초등 진학을 앞둔 시점, 어린 시절부터 자란 동네에서 공동체 문화를 계속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뜻을 모은 학부모들이 다른 대안학교를 견학하고, 학교 건물을 알아보고, 교사를 모집해 재미난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단다.
또 학교설립 과정에서 비인가 학교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어 발생하는 학교의 관리주체, 자금집행, 교직원 관리, 4대 보험 등 학교 운영을 위한 법인체가 필요했고, 마침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들이 더욱 활발해져 재미난마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재미난마을은 마을도서관, 마을밥상, 마을공유카페, 마을목공소, 음악밴드 등 여러 문화 활동의 중심이 되어,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로 확장을 꿈꾸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물 추첨 이벤트도 하고, ‘나는 꽝이네~’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기도 하고, 20주년과 관련된 뜨겁고도 왁자지껄한 단체 퀴즈 이벤트를 끝으로 2부 행사도 마무리. 모두들 즐거운 표정, 뿌듯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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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배 더 재미난’ 로고의 가운데에는 ‘스무배'라는 이름을 가진 조각배가 있다. 성인을 맞이한 재미난학교가 조각배를 타고 더 넓은 곳으로 항해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 스무배 조각배처럼
재미난학교가 순풍에 돛 달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배움을 향해 희망봉까지 다다르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