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연말정산을 지켜보겠어

by B급 사피엔스

미간이 지긋이 찌푸려졌다. 홀대가 아니라 불합리한 처사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법률로써 이미 교육기관의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나를 화나게 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욱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나의 분노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환급액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대안교육기관에 일어나는 모순적 현실이 안타깝고 짜증 나고 씁쓸하기도 했다. 직장인에게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초 연말정산 과정에서 알게 된 일이다.


올해는 얼마를 더 받고, 얼마를 토해내게 될 것인지? 직장인들의 이삼 월 관심사항. 연말정산을 위해 교육비 항목을 학교에 문의했다. 대안교육기관이라 교육비 공제를 못 받을 거란 예상은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직접 확인하는 차원에서였다. 답변은 공제 대상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교육비 납입증명서라는 양식을 발급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맘때쯤 종종 연말정산 관련해서 서류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해당 서류로 공제가 되는지는 회사별로 다를 수 있으니, 회사 담당자에게 문의하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회사 회계담당자에게 여차여차하는데 연말정산 공제 대상이 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대안교육기관의 경우는 공제 대상이 안될 것 같다고 하며, 납입증명서는 영수증 같은 개념이라 발급은 될 것이라 했다. 음. 뭐랄까. 뭔가 좀 석연치 않은 느낌. ‘대안교육기관 교육비 공제세액을 물어본 사람이 내가 처음인가?’ 싶기도 했다. 좀 찜찜한 느낌에 홈텍스에서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니, 교육비 세액공제 항목에 필요서류로는 교육비 납입증명서가 있으면 일정 금액까지 세액공제가 된다는 문구가 있었다.


한 번 더 의문이 생겼다. ‘납입증명서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없는 세부 기준이 별도로 있나? 아니면 납입증명서의 서류 형식이 문제인가? 회사별로 다를 수 있다는 말은 뭐지?’ 나는 한 번 더 귀찮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학교, 회사 양쪽에서 명확한 답을 못 구한 것 같아서다. 학교에 서류를 요청해서 회사 담당자에게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학교에서 3개의 파일이 왔다. 하나는 ‘교육비 납입증명서’, 또 하나는 ‘고유번호증(기업으로 치면 사업자등록증 같은 개념)’ 마지막 하나는 ‘대안교육기관 등록증’. 이것을 가지고 회사 담당자를 다시 찾아갔다.


"이렇게 3개가 왔는데 한 번만 봐주시겠어요?"


담당자는 친절하게 서류를 보더니 질문을 하나 던졌다.


"학교가 인가에요? 비인가에요?"


"학교는 비인가에요" 이 답변에 담당자는 명료하게 답했다.


"그러면 안 돼요."


비인가라 안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는 건가 부네'. 뭐 아쉽지는 않았다. 그냥 명쾌하게 알고 나니 개운한 느낌. 자리로 돌아와서 학교에서 보내준 3개의 서류를 다시 한번 물끄러미 보았다. 그중 ‘대안교육기관 등록증’에 눈이 머물렀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5조,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위와 같이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였기에 이 증서를 교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서울특별시교육감 직인도 찍혀 있었다.


뭔가 해소되지 않은, 마치 신발 안에 들어온 모래 알갱이 하나가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느낌.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약칭: 대안교육기관법)’도 있고, 서울시교육감 직인도 찍혀 있는데, 비인가라 안된다? 학원 교육비도 세액공제가 가능한 마당에? 약간의 억울함과 오기가 발동했다. 공제액이 아까운 게 아니다. 부당함이라는 감정이 꿈틀댔다. 그냥 비인가 대안학교기관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이런저런 내용들을 더 살펴보다 답이 나왔다. 내가 느낀 부당한 감정은 이유 있는 부당함이었다.



대안교육기관은 교육기관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교육비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조세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



내가 알아본 바, 현실은 이렇다. 앞서 언급된 대안교육기관법이 2022년 1월 시행됨에 따라 해당 법에 의거해 적합하게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교육기관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면 왜 교육비 세액공제는 받지 못할까? 바로 소득세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세법에서는 대안교육기관에 지출되는 교육비가 종합소득산출세액에 공제되는 교육비에 포함되지 않아, 조세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가 있으며, 이에 따라 2024년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라는 뉴스가 몇 건 검색되었다. 해당 법이 통과되었는지는 후속 보도가 없었다.


씁쓸했다. 법으로 지위를 인정받았는데, 다시 법으로 외면당한 느낌. 중요한 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확인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또한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다른 현실에도 목소리를 하나씩 확장해 나가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양성평등에 대한, 성소수자에 대한, 인종과 국가에 대한 차별과 부당함에도. 꾸준히.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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