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도어락

by B급 사피엔스

#맛있는 냉장고


이 냉장고는 주인이 여럿이다. 때가 되면 맛있는 밥상이 냉장고로 배달된다. 배달 톡이 올라오면 각자 알아서 밥상을 찾으러 간다. 가끔씩 음료나 디저트도 배달된다. '공유 냉장고? 누가 그냥 가져가면 그냥 끝이네? 무인 가게 도난 사고가 얼마나 많은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의든 아니든 배달사고는 어디나 있기 마련이니까. 냉장고를 이어주는 단톡방 일명 '장터'는 백여 명 정도의 마을사람들이 절찬리에 사용하고 있다.


밑반찬, 음식들을 솜씨 좋은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사진과 함께 가격, 몇 인분 있어요~ 이렇게 올린다. 구매할 사람들은 복붙을 해가며, 이름과 주문량을 숫자로 올린다. 이렇게 구매 릴레이가 이어지고 정원수가 다 차면 마감 톡을 올린다. 각자 공지된 계좌로 입금하고, 한참 후 냉장고로 배달된 사진이 올라온다. 주문한 사람들이 재미난카페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가면 끝. 생각보다 매진이 빠르다. 음식은 수시로 올라오고, 장터 톡방에 들어가 보면 금세 매진이 된다. 간혹 과일, 채소들도 올라오고, 무료 나눔도 올라온다.


나도 몇 번 이용해 봤다. 주문한 음식을 찾아 꺼내 갈 때면 왠지 모르게 '헷헷헷' 같은 웃음이 속에서 삐죽 비집고 나온다. 뭔가 오늘 득템 했다는 느낌과 무엇을 살금살금 꺼내간다는 재미? 이런 야릇(?)한 느낌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재미난마을의 식탁을 풍성하게 연결하는 맛있는 냉장고. 오늘도 재미난마을 사람들은 맛깔난 저녁을 기대하며, 냉장고로 배달된 맛있는 밥상을 찾으러 올 것이다.



#띠리릭 도어락


재미난마을 사람이라면 관습적으로 통과의례처럼 패스해야 하는 관문이 하나 있다. 진짜 문인데, 바로 마을공유공간인 재미난카페의 도어락 문을 쉽게 닫을 줄 알아야 한다. "마을살이 좀 해봤어?" 이 질문에 "문 좀 닫을 줄 알아" 이럼 인정. 마을살이 좀 해봤다 할 수 있다. 이 도어락은 좀체 쉽게 잠기지 않는다. 문이 닫히는 각도와 도어락이 잠기는 구멍의 이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고치려면 문을 바꾸거나 도어락을 바꿔야 한단다. 그래서 그냥 쓴다.


도어락이 닫히려는 그 순간, 미세하게 문을 앞뒤로 살짝 흔들어주면 '띠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찰칵 닫힌다. 그 절묘한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도어락은 '삐삑' 소리를 내며 그대로 있던가, 또는 구멍이 아닌 문틀에 걸려 다시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만 한다. 문을 열 때는 쉬우나, 닫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뒤끝 있는 도어락이다. 이방인처럼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도어락 닫기 작동도 쉽지 않다. 보통은 문을 닫기만 해도 도어락 잠김이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이 도어락은 꼭 다른 버튼을 눌러줘야만 잠김이 작동한다. 고약한 녀석이다.


올여름 이 문을 닫기 위해 십여분을 땀을 뻘뻘 흘리며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기후 이변이라 할 정도로 뜨거웠던 올해 한 여름, 이 문을 닫기 위해 몇 번을 여닫으며 속으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쏟아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문 닫기 정도는 이제 식은 죽 먹기다(마을 살이를 같이 시작한 누구는 아직도 문을 잘 못 닫는다). 이제 나도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마을살이 좀 해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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