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관광의 미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20년 초반, 코로나19는 전 세계 관광산업을 마비시켰다. 하늘길이 막히고, 호텔과 관광지는 텅 비었으며, 여행사들은 줄지어 문을 닫았다. 이 위기는 관광산업의 취약한 고용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수많은 가이드, 호텔리어, 여행사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위탁, 하도급,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던 이들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생계의 위기에 내몰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 사회가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산업'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관광은 GDP 기여도, 외화 획득, 일자리 창출 수치로만 평가받았다. 정부 정책도 외래 관광객 수 증대와 관광수지 개선이라는 양적 지표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 과정에서 관광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사람들'—관광 종사자와 지역 주민—은 소외되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관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산업인가, 사람인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관광산업은 흥미로운 이중성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경제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에 극도로 의존하는 특성을 지닌다.
대부분의 산업이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인적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반면, 관광업은 여전히 '사람'이 핵심이다. 호텔리어의 세심한 서비스, 가이드의 해박한 지식과 유머, 현지 주민의 따뜻한 환대—이 모든 인적 요소가 여행자의 경험을 결정한다.
실례로, 리츠칼튼 호텔은 직원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유명한 호텔인데, 직원들을 '신사 숙녀'라고 부르며 업계에서 드물게 직원들에게 "호텔의 다른 부서나 세계 각지의 호텔로 이직할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줄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도 호텔업계 전반적으로 많은 인재들이 업계를 떠나는 상황에서도 임금 체계와 복지 제도를 통해 인재를 유지하려는 호텔들이 있었으며, 리츠칼튼은 직원들을 단순한 인력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동안 관광업 종사자의 약 30%가 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의 상실을 의미한다. 관광 재개 후에도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광업은 노동집약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많은 관광기업이 성수기에 맞춰 인력을 임시로 충원하고, 비수기에는 해고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소모품'처럼 다룬다. 특히 인바운드 관광에서 국가적 행사나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임시직 통역가이드를 대거 고용했다가, 행사가 끝나면 해고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구조는 관광 종사자들의 직업 정체성과 전문성 개발을 저해한다. 가이드나 호텔리어가 평생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잠시 거쳐 가는 일'로 여기게 만들고, 이는 결국 관광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광진흥법도 주로 시설과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광 종사자의 권리나 복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관광 정책의 성과는 주로 외래 관광객 수, 관광수입, 국제회의 유치 건수 등 양적 지표로 평가된다. 이런 지표 중심의 접근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게 만들고, 관광 종사자의 처우나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같은 질적 측면은 간과하게 된다.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은 종종 단기 성과주의로 이어진다. 대규모 관광 개발 사업이나 이벤트를 추진하면서, 인력은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축제를 개최할 때 필요한 인력을 주로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충원하는 방식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러한 접근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올림픽 기간 동안 수천 명의 통역 자원봉사자와 임시 가이드가 투입되었지만, 대회 이후 이들 인력의 전문성을 지역 관광에 활용하는 장기적 전략은 부재했다. 결과적으로 강원도는 올림픽 이후 관광 붐을 지속시키지 못했고, 축적된 인적 자원도 분산되었다.
사람 중심 관광의 대표적 모델로 '지역사회 주도형 관광(Community-Based Tourism, CBT)'이 있다. CBT는 지역 주민이 관광 개발과 운영의 주체가 되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지역에 환원되고, 지역 문화와 환경이 보존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동남아에서 발달한 지역사회 주도형 관광(CBT)을 들 수 있다. "지역사회에 의해 관리되고 소유되며, 지역사회를 위한" 이 관광 형태는 문화적,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형태의 관광이라 하겠다. CBT관광에서는 방문객들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참여하며 전통적인 활동을 체험하고, 현지 가정에서 식사와 숙박을 하면서 문화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에서도 관광두레 사업이 바로 이러한 주민 참여형 관광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주민사업체가관광객에게 다양한 지역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함께 숙박을 하는 형태, 또 지역먹거리를 함께 나누는 형태로 한국형 CBT의 원형이 바로 이 관광두레라 할 수 있다. CBT의 형태를 통해 관광두레는 조합원을 통해 사업 추진이 결정되며, 관광 수익이 마을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사람 중심 관광을 위해서는 관광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도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관광 산업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관광 교육 및 경력 개발 프로그램(Tourism Education and Career Development Program)'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관광 종사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업을 전문직으로 인정받게 하는 데 기여했다.
싱가포르의 '호텔리어 인증제(Singapore Certified Hotelier)'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제도는 호텔 종사자의 전문성을 인증하고, 경력에 따른 임금 체계를 구축하여 장기적인 직업 전망을 제시한다. 특히 기업이 인증받은 호텔리어를 고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광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 정보 제공이나 예약, 결제 같은 기계적 업무는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대체할 수 있지만, 인간적 교류와 문화적 이해, 맞춤형 경험 설계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호시 료칸'은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最古)의 호텔로, 첨단 기술보다는 세대를 이어 전수되는 '오모테나시(환대)' 정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러한 인간적 서비스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그랜드 캐니언 투어에서는 디지털 가이드 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바호 원주민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가 훨씬 인기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원주민의 관점에서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는 경험이 관광객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미래 관광에서는 기술과 인적 서비스의 조화가 중요하다. 기술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효율화하여 관광 종사자들이 더 가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이러한 접근의 좋은 사례다. 미술관은 입장권 발권, 기본 정보 제공 등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한편, 전문 해설사들은 관람객과의 심층적인 소통과 예술적 경험 제공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해설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관람객들의 경험도 풍부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관광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선 관광 종사자 처우 개선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관광진흥법은 시설과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기에 관광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 보호에 관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는 단순히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 '적정임금' 기준을 마련하고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관광업의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의 변동이 크므로, 이에 따른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관광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현재 존재하는 관광 종사자 자격 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등급화하여, 전문성에 따른 차별화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경력에 따른 임금 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관광업이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지속적인 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종사자들의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지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관광 정책의 중요한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관광 정책을 결정할 때 주민 참여 비율을 법제화하여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관광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관광의 혜택이 지역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도록 하고, 주민과 관광업체, 행정 기관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상생의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관광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뿐만 아니라, 관광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광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적자원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 계약직 고용보다는 정규직 고용을 확대하여 종사자들이 직업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비수기를 활용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적정 임금과 복지 제공,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직업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관광기업들은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 주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정책을 도입하여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강화하여 관광 개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사람 중심 관광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관광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을 실무 중심으로 개편하여 졸업생들이 현장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산학 협력을 통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재학 중에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실제 관광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도입하여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도 필요하다.
관광 교육에서 윤리적 측면도 강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관광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교육을 통해 미래 관광 인력들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문화적 감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관광객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관광이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관광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교육도 필요하다.
관광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다. 문화 교류, 지역 활성화, 일자리 창출, 환경 보전 등 다양한 가치가 교차하는 복합적 영역이다. 이러한 관광의 본질을 고려할 때, '산업이냐 사람이냐'의 이분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산업의 성장과 사람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관광산업이 성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관광 종사자와 지역 주민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 동시에, 관광 종사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관광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산업의 장기적 경쟁력도 강화된다.
코로나19는 위기였지만, 동시에 관광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는 '양보다 질', '속도보다 지속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늘 '사람'—관광 종사자, 지역 주민, 그리고 관광객—이 있어야 한다.
관광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경험이다. 산업의 성장과 사람의 가치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모두가 행복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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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부터는 적극적인 대안 두 번째 주제이다.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오랜 시간 패키지관광을 중심으로 한 단체관광 중심에서 이제는 스마트폰의 발달, 여행의 경험이 다양화되는 등 개별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체관광은 완전히 사라질 것인가? 개별관광이 중심이 될 때 민간 관광기업이나 정부, 지자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관광의 본질, 쟁점과 대안은 매주 목요일에 연재하도록 합니다. 본 연재글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
관광의 본질적 접근도 좋지만, 관광개발이나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광사업을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관광사업 진단체계모델 이야기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