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어두움이 엄숙해왔다. 겨울이라 그런지 눈이 꽤 온 뒤였다. 거리는 질척거렸고, 하늘은 어두웠다. 독일은 매번 도착하면 이렇게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라는 편견을 막 심어주고 있었다. 테겔 공항에서 급행버스를 타고 불과 20분만에, 숙소 근처까지 도착했다. 베를린 동물원. 지금은 통일된 베를린이지만, 서독과 동독이 나누어졌을 때의 서독 교통 중심지라고 했던가. 많은 버스들이 들리는 곳이었다. 눈이 와서 질척거리고, 또 작은 자갈들이 섞여있는 길을 따라 힘들게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했다. 비키니 베를린 쇼핑센터를 지나서 도착한 그 곳! 바로 최근 핫하다는 25아워스 호텔 비키니 베를린이었다.
호텔의 외관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독특해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독일(?)스러운 느낌이었다. 쇼핑센터에 인접하여 10층 규모로 올라가 있는 이 호텔은 3층에 리셉션, 4층부터 9층까지 객실, 10층에 바와 레스토랑으로 구성되어 있는 현대식의 호텔이었다.
현대식의 호텔을 만난 것은 어찌보면 독일 여행 중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고풍스러운 독일 전통 숙소도 물론 운치있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 전통 숙소들이 아늑한 느낌과 주인의 교감과 환대를 느낄 수는 있을지언정, 아주 편하지만은 않았다. 적어도 내겐. 오래된 침대는 가운데가 꺼져있고, 라디에이터로 작동하는 난방은 사실 온 방을 다 난방하기에 아주 따뜻하지는 않았다. (물론, 빨래를 하고나서 말리는 데에는 최고였지만!)
대체 왜 이 호텔은 그렇게 유명한 것인가? 호텔 예약 사이트의 만족도 98% 이상을 자랑하며, 더 트래블러 잡지 2014년 12월호에서 선정한 2015년 8월 꼭 가봐야 할 호텔로 선정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렇게 호텔로 찾아가보았다.
"와! 젊다!"
처음 호텔의 느낌은 바로 이것이었다! 호텔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트렌디했다. 그동안 가서 보았던 호텔과는 다른 느낌. 부티크 호텔에 가까우면서도 클럽문화가 발달한 베를린 도시와 닮았다고나 할까. 상당히 젊은 느낌이었다. 호텔의 처음 들어올 때부터, 리셉션과 대기공간까지 그야말로 색다른 느낌의 호텔이었다.
직원들부터 환대하는 느낌이 매우 젊었다. 딱딱한 환영인사가 아닌, 정말 그냥 친구에게 보내는 인사와 함께,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네 이름을 맞춰볼까? Jeong이지?"
적절한 농담과 웃음을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를린의 칙칙한(?) 느낌이 이내 사그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름 맞추고 좋아하던데... 그날 동양인이 나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객실 역시 남다른 스타일을 자랑했다. 경쾌하고 감각적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으나, 샤워실과 세면대는 분리되어 있었고, 샤워실이 칸막이가 전혀 없었다. 동성끼리, 또는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한 방을 묵으면, 조금 난감할 수 있겠다 싶긴 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보다는 동물원이 보이는 경관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왔다. 베를린의 도시 경관이 아닌, 숲이 우거진 경관과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동물들의 울음소리라니! 겨울에 방문하여 숲이 덜 우거졌지만, 여름에 방문했다면 더더욱 감탄이 나왔을 듯 하다.
젊은 분위기와 위트는 방안에도 있었다. 보통 객실 청소를 해달라거나, 방해하지 말라는 사인을 걸어두는 표시는 2가지가 전부이다. 말 그대로 청소해줘! 방해하지마! 그런데 이 호텔의 사인은 무려 25개가 있다. (결론은 모두 2개 중 하나일지언정)
저녁이 되자, 가장 꼭대기 층인 10층이 분주해졌다. 10층에는 몽키바와 네니 레스토랑이 있다. 몽키바는 젊은이들의 핫하게 술마시는 바이다. 올라가자마자 쿵쿵거리는 음악소리에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경쾌한 이야기소리가 도심을 더욱 밝히는 느낌이다. 네니 레스토랑은 몽키바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객실 손님들은 조식을 먹는 장소이기도 하다. 네니 레스토랑과 몽키바는 트립어드바이저의 최상위에 랭크되는 베를린 내 유명한 식음장소이다.
역시 여행은 먹는거지!
특히, 네니 레스토랑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타파스나 단품요리를 제공하는데, 오리엔탈 푸드, 베지테리안 푸드 등 상당히 건강식에 신경을 쓴 느낌이었다. 간도 짜지 않고, 음식을 베어무는데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고급 레스토랑, 특히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치고 가격이 비싸지 않았는데, 조식 역시 정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단돈 15유로에! (15유로가 비싸게 느껴질 수 있어도, 나오는 음식 종류를 보면 절대~ 아깝지 않았다. 사실 처음 예약할 때에는 19유로로 적혀있어 내심 고민했으나, 아마 객실을 묵는 손님이 예약하는 경우 할인이 되는 듯 했다)
호텔 바로 옆에 인접한 비키니 베를린 쇼핑센터도 볼거리이다. 드넓은 공간에 답답하지 않게 들어서 있는 편집샵. 그리고 무료로 이용가능한 휴식장소들. 쾌적한 계단으로 이어져있는 각 층의 상점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만들었다.
트립어드바이저, 호텔 예약 사이트 등에서 왜이리 이 호텔의 평가가 좋을까를 염두해두고 방문했다면,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 이유를 찾지 않아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주 크고 넓은 방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조용하고 편하게 묵을 수 있는 호텔은 아니다. 저녁에는 바에서 울리는 음악소리가 쿵쿵 들리기도 하고, 밖에서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샤워실의 칸막이도 없다.
그런데, 이 호텔은 너무나 훌륭한 위치에, 밖에 나가기 싫을 만큼 잘 갖추어진 휴식공간, 쇼핑공간, 바, 레스토랑 등에, 멋진 웃음과 농담이 함께 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부분보다 더 값진 경험은 도심에서 보는 너무나 큰 숲이었다. 동물원은 그야말로 쾌적함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동물원이라는 시설 자체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좁을 울타리 안에서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으니깐.
나를 자유롭게 해주오!!!
하지만, 동물원이라는 위치를 재해석한 것만은 정말 뛰어나 보였다. 우리에게 동물원이란 어떠한 존재일까 생각해보건데, 동물원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일지언정, 냄새나고, 굳이 머물면서 보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동물원은 동물들이 살기에 자기 집 같아야 한다. 숲이 울창하고 쾌적해야 한다. 그것이 베를린 동물원의 모습이었고, 그러한 모습은 경관적인 미와 쾌적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동물들의 울음소리도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어찌보면 보다 나은 동물원의 모습을 만들어내자, 그곳이 가장 훌륭한 숙소가 되어버렸다.
내가 느낀 25아워스 호텔 비키니 베를린은 쾌적하고 친근했다.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이 호텔이 어떠한 서비스 체계를 갖고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어떠한 체인 관리 시스템이 있는지, 또 어떠한 객실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했는지는 알 길이 없고, 여행자 입장에서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도심에서의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과 젊은 친구를 사귄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 느낌만을 전해주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면, 나는 호텔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급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여행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구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1. 도심의 오아시스! 이렇게 쾌적한 경관을 볼 수 있다니!
2. 젊은 친구들이 반기는 웃음과 농담에 베를린 분위기가 바뀌네!
3. 쇼핑, 식사, 술 마시는 장소가 한 곳에 있으니 밖에 나가기가 싫어~
4. U-bahn, S-bahn, 공항급행, 시내를 관통하는 다양한 버스가 이어지니, 관광 최적의 조건이야!
1. 동물원 옆은 냄새나서 완전 동떨어진 곳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 동물원은 어메니티다!
2. 최신 사회 트렌드! 건강! 감각적 디자인! 그리고 펀!의 요소를 호텔에 입히기
3. 부대시설(바, 레스토랑)의 흥행은 객실 가동율에도 영향을 미치리~
4.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장소성에서 기인한다! 보다 푸르게! 인형과 이름들도 동물원스럽게!
다음에 살펴볼 벤치마킹 여행지는?
만화의 캐릭터가 마을 만들기와 관광에 접목이 된다면? 그 아기자기함과 컨셉이 잘 어우러진 곳!
바로 사카이미나토이다. 사카이미나토의 시게루로드에는 미즈키 시게루가 그린 요괴 만화 캐릭터들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 요괴라고 해서 무서운 요괴가 아닌, 정말 귀엽고 사진을 같이 찍고 싶은 요괴들!
요괴의 길 사카이미나토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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