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란수 Oct 22. 2015

여행?희망! _ "운전"의 정석

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여행지에서 운전하기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고민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도시 간의 이동, 또는 내가 보고 싶은 여행지까지의 이동이다. 버스나 기차로 가자니 시간이 맞지 않거나,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닐 생각에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항공으로 이동하자니,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공항까지 가서 기다리는 시간, 공항에서 도심까지 들어오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렌터카는 빨리 예약하면 생각보다 저렴하고, 캐리어를 끌고 다닐 걱정도 덜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럽에서 렌터카를 타고 다니면 국가 간 넘나들 수도 있고, 의외로 고속도로 요금이 싼 국가도 많다. (심지어 독일은 고속도로 요금이 무료이다)      


이래서 고속도로를 프리웨이라고 하는구나!!

    

차에서 내려서 멋진 시내를 구경하고 가도 된다!!


내가 이곳에서 운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터카를 빌리기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선, 언어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빌리지? 어떻게 표지판을 보고 이동하지?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은 적응에 최적화된 두뇌와 몸을 소유하고 있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닥치면 다 합니다!”     


뭐야.. 이 무책임한.....


우선 빌리는 문제는 현장에서 많은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 미리 국내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어디서 빌리고 어디서 반납하고, 또 여러 조건들을 먼저 선택하면 가서 해야만 하는 의사소통은 별로 없다. 제일 많이 물어보는 의사소통은 “다른 부분은 다 이야기됐는데, 보험을 기본으로 할지, 모두 선택할지?” 정도랄까?  

   

빌리고 나면  그다음 언어의 문제는 여행지로의 이동에서 나타나지 않겠냐고 여겨질 것이다. “표지판을 못 보거나,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문제. 글로벌하게도 구글 맵 등은 유용한 수단이 된다. 요즘은 그 나라의 내비게이션 어플도 많다. 구글을 이용하여 몇 국가에서 운전해본 결과, 내비게이션 기능이 훌륭하게 작동한다.     


그다음은? 한국에서 운전하듯이 하면 된다. 어차피 운전은 만국 공통이니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갈 때 가면 되고, 설 때 서면 된다.     


영국, 태국, 일본 등 우리와 운전대 위치가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엑셀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반대는 아니니, 크게 어렵진 않다. 다만, 교차로 등을 진입할 때에는 약간 헷갈릴 수 있으니, 동승자가 있을 경우 옆에서 도와준다면 조금만 지나면 아마 적응이 되리라 생각한다. 


말이 쉽지!

  

그럼에도 아직 여기는 무리야     


그럼에도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운전을 시도하지 못한 나라가 있는데 인도와 이집트이다. 몇 해 전의 이야기이니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미리 깔고 이야기를 해보자.     


인도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이라는 델리, 자이푸르, 아그라 지역을 여행하고자 했다. 익히 악명이 높은 터라 처음부터 현지 기사님과 자동차를 함께 빌려서 이동을 했다.     


친절한 기사님. 뒤에 있는 좋은 버스를 탔던 것은 아니다 ㅠㅜ

 

인도의 고속도로는 우리의 고속도로로 생각하면 안 된다. 중간중간 마을에서 바로 진입할 수도 있어서 속도를 내면 위험하고, 몇몇 곳은 비포장도로도 있다. 중간에 소가 누워있기도 하거니와, 심지어는 갑자기 반대편에서 차가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알고 봤더니, 반대 방향 도로가 공사 중이어서 한쪽 도로를 양측 방향 차량이 함께 이용을 하는 것이었는데, 어떤 주의표시나 임시 가드레일 같은 것이 없었다)     


안녕? 인도 고속도로 운전은 처음이지?


도시 내에서도 쉽지는 않다. 차량과 릭샤, 그리고 오토바이와 자전거, 심지어는 보행자가 섞여 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이 신호등에 정차하면, 3차로의 도로에 차량과 차량 사이에 다른 차량이 파고들어 먼저 가기 위해 경쟁한다. 3차선이 5차선이 되는 것이다. 뭐, 차선의 개념도 사실 없다. 차선이 무시당하기 일쑤이니깐.      


버스와 경운기, 릭샤가 뒤엉킨 도로를 다니다보면 내 정신도 온데간데 없다


인도에 비해 이집트는 포장은 더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차량도 보다 신식이어서 조금은 더 잘 나가 보였다. (보다 신식이지, 신식은 아니다) 문제는 이 잘 나가는 게 문제였다. 전 차량의 레이싱화라고 할까? 차들이 칼질하는 것은 기본이고, 급브레이크, 급가속의 연속이었다.      


급가속, 칼질에다가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운전하는 신기원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데 운전하라고???


의외로 여행지에서 운전은 쉽다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그렇게 운전하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오히려 운전이 한국보다 쉬웠다. 정확하게 룰을 지키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운전 매너와 에티켓이 가장 잘 지켜지는 곳은 단연 독일이다. 독일의 경우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은 속도가 제한이 없다. (모든 구간이 그러한 것은 아니고, 가끔 터널, 교량, 공사 중인 지역은 속도 제한이 존재한다.) 얼핏 사고가 많이 날 것 같지만 룰을 잘 지키다 보니 의외로 사고가 덜 나는 것 같다. 

    

첫 번째 규칙은 무조건 1차로는 추월차선이라는 것이다. 2, 3차로가 비어있는데 1차로로 운전하는 차는 없다. 차들은 서행 및 주행차로로 달리다가 추월을 할 때만 재빨리 1차로로 운전하여 앞차를 추월하고, 추월하자마자 바로 주행차로로 진입한다. 다른 규칙이 아닌 이 규칙만 지켜도 정말 운전하기가 편해진다. 나보다 빠른 차량은 내 왼쪽에서만 달리고, 앞차가 내 앞으로 진입하는 것은 내 오른쪽에서만 있으니 그것만 보면 된다. 나를 추월한 차량은 나보다 빨리 가서 내 앞으로 진입하는데, 그 경우에는 대게 속도가 나보다 빠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일 아우토반에 대한 개념도
상당히 간단한 규칙이다


이 규칙은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고, 몇몇 언론에서도 캠페인을 벌리기도 하였으나,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버스나 화물차, 그리고 핸드폰 통화에 정신이 팔린 운전자들로 인해 순차적으로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더 중요한 두 번째 규칙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두 번째 규칙이야 말로 첫 번째 규칙이 지켜지게 하는 전제조건이 된다. 두 번째 규칙은 나의 오른쪽 앞에 있는 차량이 내 앞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무조건 끼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화물차이든 버스이든 간에, 나보다 더 속도를 못 낼 차량이든 간에 우선 그 차가 깜빡이를 키는 순간, 나는 서행을 하여 먼저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바로 앞에서 진입하여 순간 놀라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렇게 진입한다고 하여 항의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그렇게 진입하려 하면 뒷차 역시 나를 끼어줄 테니깐.     


꼭 이런 눈을 하지 않아도, 잘 끼워준다!


이 규칙은 매우 중요해 보였다. 결국 버스와 화물차 등도 언제나 자신을 끼어주고, 양보해줄 것을 알고 있으니 서행차로에서 달리게 되고 필요할 때만 추월차로로 진입했다가 다시 나가게 되니깐 말이다. 이 룰이 깨지는 순간, 저속 주행차가 추월차로로 진입했다가 다시 나가면 또 안 끼워주리란 생각에 계속 추월차로로 달리고, 다른 차량은 버스나 화물차 끼워주면 계속 내 앞에서 느리게 달릴 테니 못 들어오게, 버스, 화물차가 깜빡이를 키는 순간 더욱 속도를 내어 추월하려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우리나라에서 깜빡이는 켜는 순간, “뒷차님. 빨리 달려오세요”의 신호가 되어버린다.           


배려하는 사회     


결국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배려하는 사회가 운전하기 좋은 사회라는 것이다. 내가 늦다고 하여 나를 무조건 앞지르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먼저 가라고 배려하고, 내가 늦는다면 온당 다른 이에게 길을 터주는 모습. 단순히 그 사회의 모습은 운전 습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을 도로에서 보았다.      


물론, 운전습관을 넘어서 운전하는데 더욱 힘든 여건이 존재하는 것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는 그렇게 여유 있게 운전하기에는 이미 도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도로의 모양이나 진입부가 이상하거나, 차선이 좁아 추월의 의미가 없어진 곳도 있을 것이다. 독일을 예로 들었지만, 독일도 모든 도로가 다 이렇게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또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편차는 있지만) 모두 독일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최소한 배려의 운전 미학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태국에서 운전할 때 운전대가 반대 방향이었음에도 한국에서보다 운전이 쉽게 느껴졌던 것은 깜빡이를 켜면 바로 비켜주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로에서 운전을 하고 있다 보면, 가끔은 이 도로가 인생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앞서려는 이와 나만 생각하는 이들이 함께 달려가고 있는 모습에서, 서로 싸우며 뒤엉키고 그러다 보복하는 모습들에서, 지금 사회의 각박하고 매몰찬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된다.      




독일 로맨틱 가도를 운전하다가 만난 아름다운 중세 고성 도시 로텐부르크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드넓은 바다를 보았던 코스타 델 솔에서와 같이, 운전하면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운전해보는 것을 꿈꿔본다. 


로텐부르크로 들어가는 길은 아기자기한 건물에 눈이 즐거웠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변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유럽의 발코니"라는 네르하에 와있었다


단순히 운전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그렇게 여유를 찾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 


삶도 마치 여행하듯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