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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Sep 15. 2020

부다페스트 야경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언덕 위 부다 지역과 언덕 아래의 페스트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1820년 자신의 영지를 방문했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세체니 백작은 다뉴브를 건너 장례식에 결국 참석하지 못하였다.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하는 배편이 기상 악화로 무려 8일간이나 두절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세체니는 당시 런던의 타워 브리지를 완공한 영국인 기술자를 초빙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튼튼한 다리를 만들도록 했다.



1839년부터 10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세 치니 다리는 완공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380m의 케이블로 이어져 있었다.


지금도 세체니 다리의 수천 개의 전등이 도나우 강 위로 떠오르면 유럽에서 가장 장엄한 야경이 시작된다.



세체니 다리를 지나 에르제베트 다리로 가면 겔레르트 언덕을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2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이다. 편하게 오르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에르제베트 다리에서 트램을 타고 모리츠 즈크몬트 코트르 Moricz Zslgmond Kortor 역에서 내려 27번 버스를 타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해발 235m에 위치한 바위산 겔레르트 언덕은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부다페스트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오래전에 케렌 언덕이라 불렸던 이곳은 11세기 가톨릭을 전파하다 순교한 선교사 겔레르트를 기리기 위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겔레르트 언덕 위에는 월계수 잎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나치군과의 싸움에서 죽어간 소련군을 추모하는 위령탑이다.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철거하려 했으나 교훈으로 삼고자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위령탑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 않겠다.



자유의 여신상 옆에 있는 시테델라 요새는 1848년 헝가리인들의 반 합스부르크 독립운동을 감시하기 위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호텔로 사용되고 있으며 당시의 총탄과 포탄 자국이 성벽에 그대로 남아 있다.


성벽을 지나 전망대에 서면 노을 진 하늘 아래로 부다페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빛나는 훈장처럼 중앙에 솟아 있는 국회의사당 밑으로 도나우 강이 조용히 흐르고, 둘로 나뉜 지역을 잡아끌어 올리듯 세체니 다리가 강 위로 솟아 있다. 하늘을 향해 무한정 질주하듯 탁 트인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도시 위로 떠오르고 정점을 찍듯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이 보석처럼 환하게 빛난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숨죽인 듯 고요 속에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에 어떤 것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여행자는 야경을 눈과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긴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언덕을 내려와 시원한 다뉴브 강변으로 가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시원한 맥주나 감미로운 포도주 한잔을 시켜놓고 여유 있게 부다의 야경을 감상하다 보면 여행자의 마음은 즐거워진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 부다페스트 야경의 하이하이트를 감상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서 크루즈 투어를 해야 한다.


검은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유람선은 세치니 다리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다가간다.



점점 배가 나아가자 국회 의사당은 밤하늘을 향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모든 여행자는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그 순간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나에게 속삭인다.


더 이상 아름다운 도시는 없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도시를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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