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사막지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버스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이카는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사막과 오아시스가 있는 와카치나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나스카 지상화 있는 나스카를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이카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나스카를 방문하면 2명의 조정사가 모는 12인승 경비행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면 조종사의 유쾌한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30분 이상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날아간다. 그리고 조정사의 안내와 함께 비행기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면 비행기 아래로 거대한 나스카의 지상화가 펼쳐진다.
수백 가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스카 지상화는 최대 길이 8km에 이르는 800개의 선으로 거미와 벌새 그리고 원숭이와 같은 동물 문양과 나무와 꽃과 같은 식물문양 그리고 물결 선과 삼각형 그리고 나선 및 직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문양을 보여준다.
1939년 비행기 파일럿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나스카의 지상화는 왜 만들어졌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지금까지 알지 못한 채 신비에 싸여 있다. 단지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나스카 라인은 건조한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수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대 나스카 사람들은 거대한 나스카 지상화의 정확한 모양과 비율을 맞추기 위해 로프와 말뚝으로 만든 격자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선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 사막 바닥에 있는 바위와 흙을 제거하여 밝은 모래색 암석을 드러나게 하는 하는 형태로 만들었는데 1년에 10㎜에 불과한 강수량의 건조한 기후로 인해 나스카 라인은 2천년 이상 보존되어 왔다고 한다.
고대 세계를 헤매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성취감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와카치나 마을로 이동한다.
이카 시내에서 5km 떨어진 와카치나는 거대한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오아시스가 있는 마을로 페루 상류층들의 휴양지였지만 지금은 세계인이 찾은 여행지가 되었다.
와카치나 마을로 들어서면 오아시스가 중앙에 보이고 그 주위로 식당과 호텔 그리고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처음 도착한 여행자들은 호수주변을 유유자적 산책하거나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즐긴다.
현지어로 아름다운 여인을 뜻하는 와카치나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천상에서 내려온 공주가 목욕을 하면서 거울을 보다 자신을 훔쳐보던 사냥꾼을 발견하고 놀라 거울을 떨어뜨렸는데 떨어진 거울은 호수가 되었으며 나풀거리는 공주 옷은 모래언덕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공주는 호수로 내려와 인어가 되어 살았으며 매년 남자 한 명을 데려간다고 한다 예부터 오아시스의 물을 보고 달려든 사람들이 종종 빠져 죽는 것을 비유한 이야기이다.
사막과 오아시스 마을인 와카치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굉음과 함께 모래 위를 질주하며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 버기 투어에 있다.
엔진룸의 뚜껑도 없이 철봉을 얼기설기 엮은 모습이 마치 벌레처럼 생겼다고 해서 버기카라 불리는 차를 타고 하얀 사막으로 오르면 언제나 마음속에 있던 아름다운 사막의 능선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고운 모래 위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버기카가 가파른 경사의 모래 언덕을 오르고 내릴때마다 여행자는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전해오는 아찔함을 맛보게 된다. 사막과 하늘이 마치 무서운 회오리를 타고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버기카의 속도감에 익숙해져 사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운전자는 차를 멈추고 샌딩 보드를 꺼내 놓는다.
보드에 엎드려 팔을 접고 양발을 펼치면 보드는 아찔한 경사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순식간에 아래로 질주한다.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 오직 즐거움에 빠져 노는 아이의 마음이 생기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
동심으로 돌아온 듯 신나게 보드에 몸을 맡기다 보면 서서히 사막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모래언덕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광경은 한 폭의 예술작품처럼 경이롭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곡선의 모래 능선 아래로 해가 차츰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