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의 성
뮌헨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퓌센을 방문하는 이유는 노이 슈반 슈타인 성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운 백조의 성이라는 뜻을 지닌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그 모습이 신비스럽고 동화적이어서 디즈니 월터가 이 성을 모델로 자신의 디즈니랜드 성을 만들었다.
루드비히 2세의 지시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성처럼 지어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방어나 요새로서의 기능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한 낭만주의자의 꿈속을 들여다보는 듯 화려하기만 하다.
오페라 로엔그린은 지금의 벨기에 땅인 브라반트 공국을 다스리던 공작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죽음을 맞이한 공작의 딸인 엘자와 어린 아들 고트프리트만이 어느 날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남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공국의 계승자가 실종되자 텔라문트 백작은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엘자를 독일 왕에게 고소한다. 이 재판을 맡은 독일 왕은 엘자와 텔라문트 백작이 결투로 승패를 가리라는 선고를 내리자 엘자는 여성인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기사를 찾는다. 그때 엘자 앞에 백조를 탄 기사 로엔그린이 나타나서 자신에 대해 어떤 질문도 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고 결투에 참가하려 승리한다. 승리한 로엔그린은 엘자와 결혼을 하는데 두 사람의 결혼식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 우리가 결혼식에서 매번 듣는 <결혼행진곡>이다. 하지만 엘자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흥분한 엘자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고 로엔그린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당신을 뭐라고 부르죠?
약속이 깨진 것에 낙담한 신랑은 황제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성배를 지키는 성배 기사단의 일원으로 성배의 기사는 신분을 의심받는 순간 그 힘을 잃어버린다고 말하고 나서 길을 떠난다. 그때 로엔그린을 데려왔던 백조가 마녀의 마법에서 풀려나 고트프리트로 변신한다. 하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방패로 얼굴을 가린 로엔그린은 이미 강을 건너 사라지고 말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세의 전설을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스토리와 신비로우면서도 화려한 무대로 보여주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렌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소년이었던 루드비히 2세 역시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후 루드비히 2세가 바이에른의 왕이 되자 그는 빚쟁이를 피해 은신하던 바그너를 찾아내어 빚을 모두 갚아주었으며 그를 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짓는데도 상당한 거금을 지원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안으로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방이 가장 화려한 왕좌의 방이다.
삼면이 화려한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왕좌의 방 천장에는 태양과 별이 그려져 있으며 천장과 바닥 사이에는 왕관 모양을 한 비잔틴 양식의 샹들리에가 보인다. 그리고 바닥에는 땅 위에 사는 동식물의 모습이 그려진 모자이크가 보이는데 이는 왕이 천국과 지상을 연결하는 자로서 그 사이에 앉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좌 주위에 그 상징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왕좌 옆으로 12제자를 그려 넣었으며 왕좌 위로는 역사적으로 성스러운 6명의 왕 초상화가 보있다. 초상화에는 프랑스의 성 루이와 헝가리의 성 스테판 그리고 영국의 참회왕 성 에드워드 등이 보인다. 그리고 성스러운 왕위로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예수가 보인다.
왕좌의 방을 나오면 로엔그린의 여러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장식한 왕의 침실과 거실이 나온다. 특히 화려한 왕의 침실에 있는 문과 세면대에는 <로엔그린>을 연상시키는 백조의 조각이 눈에 띈다.
성 투어의 마지막은 가수의 방이다.
로엔그린을 직접 공연하기도 한 가수의 방 역시 루드비히 2세의 동화적인 낭만과 사치를 보여준다.
루드비히 2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건축으로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이에 불만을 품은 신하들로부터 회복 불가능한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왕의 직위에서 쫓겨난다. 왕의 직위에서 물러난 그는 슈탄 베르크 호숫가 요양소로 옮긴 지 사흘 만에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잘했던 왕이 깊지 않은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것은 믿기 힘든 사실로 그의 죽음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투어를 마치고 백조의 성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마리엔 다리로 이동한다.
성을 나와 성의 뒤편으로 걸어 오르면 중간쯤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 곳에서 퓌센의 아름다운 들판과 호수 위로 호엔슈방가우 성을 볼 수 있다. 호엔슈방가우 성은 어려서 루드비히가 살았던 곳으로 그곳에서 환상과 낭만의 꿈을 키웠다.
전망대에서 15분쯤 더 오르면 루드비히 2세 어머니의 이름을 딴 마리엔 다리가 나온다. 깊은 골짜기 위에 있어 밑이 아득한 마리엔 다리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여행자라면 아예 들어서지 못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발 한발 마리엔 다리의 중앙으로 이동하면 사진에서 보았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경이 푸른 하늘과 아늑한 들판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유럽을 통틀어 최고의 아름다운 전경 앞에 서면 두려움은 어느덧 사라지고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진다. 오직 이 다리 위에서만 여행자와 성의 전체가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루드비히 2세가 비록 정치적으로 무능하여 당시 독일을 통치하는데 많은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그가 목숨과 맞바꾼 동화 같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었기에 잔악무도한 히틀러의 독일에도 아름답고 순수한 인간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