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언덕
언덕 위로 넓게 펼쳐진 포도밭이 있는 뤼데스하임은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라인 강 유람선 여행의 출발지이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뤼데스하임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인 드로셀 거리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참새 골목이라고 알려진 이 거리에 세계 최정상급의 화이트 와인을 파는 와인 바와 식당 그리고 선물 가게가 들어차 있다.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다가 마음에 드는 와인 바에 들러 리즐링 와인을 맛본다면 섬세하면서 풍미 있는 뤼데스하임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참새 골목의 식당은 대부분 라이브로 연주하는 악단이 있어 이곳에 들어서면 언제나 음악과 와인에 취한다.
라인 강과 푸른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뤼데스하임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니더발트 언덕의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된다.
니더발트 정상에는 1877년 보불 전쟁의 승리와 독일 통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워진 게르마니아 여신상이 있다. 그녀의 양손에는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과 칼이 쥐어져 있으며 그 아래 전쟁을 선포하는 동상과 승리를 선포하는 동상도 보인다.
뤼데스하임 여행을 마치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해 유람선을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바흐라흐에 도착한다.
바하라흐는 라인강변의 아름다운 마을로 뒷산에 성이 있는 전형적인 중세풍의 마을이다. 그리스 신화의 술의 신인 바커스의 제단이 있었다는 것에서 지명이 유래된 이곳에서 중세시대의 아름다운 건물과 급경사의 포도밭을 만날 수 있다.
동화 같이 아름다운 마을과 드넓은 포도밭을 둘러보았다면 이곳에 있는 와인바에 들러 리슬링 와인을 본격적으로 맛볼 차례이다. 일조량이 많으며 거센 라인강의 비탈길 언덕에서 굳세게 자란 포도로 만든 리슬링 와인은 산도가 높고 풍미가 뛰어나다. 또한 섬세하면서 싱그러운 맛을 낸다.
전 세계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받는 리슬링 와인 중 술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드라이한 트로컨 와인을,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달콤한 아우스레제 와인을 추천한다. 또한 한 잔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카스파 R을 추천한다. 단단하면서 섬세한 화이트 와인의 맛과 위력을 금세 느낄 수 있다.
바흐라흐에서 여유롭고 감미로운 시간을 보냈다면 다시 유람선을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으로 이동한다.
유람선을 타고 라인 강을 따라 내려가면 라인 강 위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많은 전설을 간직한 고성들 그리고 산 중턱에 늘어선 포도밭들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독일은 중세 시대에 30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독립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시 각국의 왕들은 라인 강변에 성을 쌓고 자신들의 영지 안에 들어오는 배들로부터 통행세를 거두었다. 이후 왕들의 세력이 커져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라인 강변의 성은 버려졌다. 시간이 흘러 독일의 힘이 강대해지자 프랑스는 라인 강변의 고성들이 군사적으로 이용될 것이 두려워 파괴했다. 19세기 후반이 되자 독일은 무너진 고성들을 재건해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박물관 등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라인 강변의 고성들은 그 형태만큼이나 이름도 특이하다. 예를 들면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에 있는 고양이 성은 1371년 카체네른 보겐 백작이 라인 강의 통행세를 걷기 위해 만든 성이다. 당시 강 건너편에는 고양이 성의 영주와 라인 강의 권리를 다투던 트리어 대주교가 살았는데 그는 고양이 성에 대항하기 위해 맞은편에 성을 지었다. 이에 화가 난 고양이 성의 성주는 자신의 성을 확장하면서 대주교의 성을 생쥐 성이라고 불렀다. 그 이후로 트리어 대주교의 성 이름은 생쥐 성이 되었다.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에 도착할 무렵이면 독일 민요인 로렐라이가 유람선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잠시 후 요정의 바위라고 불리는 높이 132m의 로렐라이 언덕이 나온다. 로렐라이 언덕 밑의 이르자 갑자기 강폭이 90m로 좁아지면서 물살이 급해진다. 옛날부터 이곳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났는데 사고가 날 때면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협곡에 메아리쳐서 유령 소리처럼 들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로렐라이 전설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로렐라이 전설은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라인 강에 투신해 죽은 후 물의 요정이 되어 이 언덕 바위에 앉아 황금 머릿결을 황금 빗으로 빗으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이곳을 지나가는 뱃사공들이 그 모습에 반해 넋을 잃고 바라보다 암초에 부딪히고 난파당한다는 이야기이다. 19세기 당시 이 전설은 많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하이네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 후 하이네의 시에 프리드리히 질허가 곡을 붙여 <로렐라이>라는 독일 민요가 완성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는 하이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이 노래를 금지시켰으나 너무나 많은 독일 국민이 이 노래를 애창하자 작자 미상의 민요로 간주하고 노래를 허용하였다고 한다.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에 도착하여 로렐라이 언덕을 오르려면 선착장에서 30분 정도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언덕 입구가 나온다. 로렐라이 석상이 보이는 경사진 언덕을 오르면 정상에는 하얀 로렐라이 석상이 보인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라인 강의 모습은 슬픈 전설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