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여행

코로나 백신과 일상

코로나 백신 접종기

by 손봉기

선배하고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승객 중 나이 가 지긋하신 분이 기침을 한다.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분을 쳐다보며 경계한다. 나 역시 마스크를 좀 더 올려 쓴다. 사람을 경계하고 유심히 지켜보는 습관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 아닌 선물이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을 찾고 혹시 누구라도 옆에 누가 앉으면 전에 없던 긴장감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이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전 예약을 한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다고 한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선배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자 접종을 잘 했고 살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농담을 하며 내 것도 사전 예약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아내와의 통화가 끊나자 옆에 있던 선배는 접종 순서가 와도 접종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신다. 백신이 모자라다는 최근 뉴스를 접하면서 최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어디서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있다.


해외를 다니는 직업 특성상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먼저 맞아야 하는지 여러 가지 어지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병원에서 접종을 하라고 연락이 왔다.


노쇼백신이라 지금 바로 와서 접종해야 한다는 전화이다. 최근 어깨와 목 통증이 심해 약간의 걱정을 하며 병원으로 갔다. 병원은 한산했고 간호사를 비롯하여 의사까지 방호복을 입고 있다.



열 체크 등 간단한 사전 진단과 예방 접종 신청서를 작성하자 의사 선생님의 면담으로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주의 사항을 듣고 주사실로 이동하자 따끔하는 느낌과 함께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백신 접종이 끝났다.


주사를 놓고 가벼운 미소를 짓는 간호사는 15분 이상 병원에 머무른 후 귀가해도 좋다고 한다.


허무하게 끝난 접종을 마치고 간호사가 건넨 주의사항을 읽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내와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내자 순식간에 30분 정도 지났다. 물론 아무 이상이 없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어제 맞는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며 괜잖은지 물어본다. 나는 전혀 통증이 없었다. 그보다 원래 있었던 어깨와 목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1시간도 되지 않아 국민 비서로부터 문자가 왔다.



1차 접종을 증명한다는 내용과 함께 8월 13일 오후 3시에 2차 접종 예약이 자동적으로 되었다는 문자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가 권해서 해열제를 두 알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한 밤에 자고 있는 중에 어깨와 팔에서 통증이 심하게 와서 잠이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깨어나니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모처럼 마음 편한 주말을 맞아 시장에서 바지락을 사서 봉골레 파스타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무리한 운동을 삼가하라는 예방 접정 후 주의 사항에 따라 오후에는 모처럼 일에 대한 계획을 글을 쓰며 정리하고 그리고도 시간이 남자 인터넷과 TV 시청으로 여유롭게 보내었다.


밤이 되어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지만 경미한 통증으로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 다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을 챙겨 먹고 출근을 준비하는데 문자가 와 있다.



국민 비서이다.


백신 접종 후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의 이상 반응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내용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비서와 함께 일해보지 않은 나는 얼굴도 모르는 생전 처음의 비서로부터 건강에 대한 아침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국가가 일일히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에 순간 감동을 받았다. 진심으로 질병관리청과 일선 보건소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가 온 후 오늘 처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을 한다. 오늘따라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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