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 살기
매일 집 근처 삼락공원을 산책하며 수많은 노을을 보았던 후배와 만났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설이 끝나고 남은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나머지 스토리를 적고 싶다고 한다. 우리에게 동화 같은 순수의 시절은 이미 지났지만 삶이 계속 되는 것처럼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성년이 되어서 살아가는 삶을 적고 싶다고 한다.
어쩌면 그 이야기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줄 모른다.
최근 삶의 불안에 늦은 시간 적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지우는 글이 많았는데 그 사이 공감과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다.
특히 날것으로 적는 새벽의 글을 보고 초등학교 은사님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문자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봉기씨.. 힘내.. 신은 문을 닫으면서 항상 어디인가 다른 문을 열어놓기도 해. 잘 찾아보면 그게 최상의 경우일 수도 있으니 화가 나도 눈을 부릅뜨고 함 찾아보자고~화이팅~!!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아내이다. 구독자 중 한 명인 아내는 언젠부터인가 구독자가 되어 있는 아내의 친구에게 글을 지운 다음날이면 전화로 나의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나보다 힘든 분들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묵묵히 살아야 하는데 너무 징징대는 것 같아 글을 그만 적어야 하나 싶다가도 지금 적는 글이 사람들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나에게 보석같이 빛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선배의 응원에 또 하루 작가의 삶을 연명한다.
생각해보면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글을 썼지만
글을 쓰면서 가장 사랑받은 사람은 나이다.
브런치의 글은 혼자 쓰고 간직하는 일기가 아니라며 응원하던 후배가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장애물이 있어야 소중함을 안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적잖이 실망한 모습이다.
빠른 시일 내에 후배 역시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소나기 이후 소년의 삶을 그리는 글을 보았으면 좋겠다.
글은 소통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