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와 마티스
코로나로 해외여행 인솔 가이드 양성과정을 2개월간 비대면으로 강의를 받던 분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장마로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오늘따라 하늘이 무척이나 맑다. 푸른 하늘만큼 발표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기도하면서 강의장으로 갔다.
오전에 6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내 걱정이 괜한 기우였음을 알았다.
한 두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자신의 삶과 열정을 담아 교육 과정에서 익혔던 인솔에 대한 내용을 자신감 있게 발표하였다.
특히 나이가 많아서 걱정했던 분들의 발표 모습에서 겸손하면서 품격이 넘치는 모습을 보았다. 함께 발표를 심사하던 젊은 강사분은 고급스럽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로마 바티칸에 있는 시스틴 성당에 가면 사람이 그렸다고 믿겨지지 않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천장화를 만날 수 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가였지만 식스투스 교황의 요청으로 20m가 넘는 높이의 천장에 목을 꺾어가며 4년 만에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 과정을 완성했다.
파노라마처럼 장엄하게 펼쳐진 천장화를 보면서 나 역시 모든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동을 받았다. 또한 미켈란젤로의 경이로운 작품 앞에서 그의 도전의식과 혼신을 다한 열정앞에 숙연해지며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내 인솔과 삶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프랑스 남부지방에 있는 로사리오 성당을 방문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근대 최고의 화가인 마티스는 로사리오 성당을 미켈란젤로의 열정적인 채움보다는 본질을 남기고 모두 비우는 작품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한 것처럼 마티스는 그 특유의 색감은 물론 화려한 기교와 장식을 모두 배제한 채 오직 예수님의 고통과 구원의 과정을 선 하나만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 발표를 보면서 20년간 했던 나 자신의 인솔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는 채움보다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았다.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여행자도 나도 비로소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삶은 채움에서 비움의 과정으로 갈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