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양면성
유럽 출장을 다녀와서 길을 잃었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의 출장은 설렘과 생동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출장을 다녀와서 그토록 절실했던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일상의 번잡함과 냉정함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자 무력감이 다시 내게 성큼 다가온다.
어쩌면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채로 금방 걷어올린 일상의 싱그러운 민낯을 만나자 잠시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흐릿한 시야에 코로나 시대 전에 가졌던 일상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고난의 길에서 삶의 의미와 황홀함을 더욱 진하게 느낀다. 하지만 다시 일상 이전의 코로나 시대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주어지지 않는 삶의 아픔과 고통을 스스로 짊어질 시람은 성인이 아니고는 세상에 없다.
우리들은 매일 주어진 일상 속에 무기력함과 황홀함 사이를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훌쩍 나이가 들어서 인생을 돌아보며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새벽 5시 잠이 안 와 출근길 지하철을 탔더니 엄청난 사람들이 일상 여행을 하고 있다.
일상을 버티는 자신을 만나 안아주고, 목놓아 울어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은 만난다면 행복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여행의 절정의 순간은
결국 온전한 자신을 만나는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