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며칠 전 점심이 한참 늦은 시간 혼자 국밥집에 갔다.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지만 일하시는 분이 자리를 정리하려는 듯 젊지도, 나이가 많지도 않은 부부가 있는 테이블 옆에 나를 앉힌다.
옆 테이블의 남녀가 부부라고 단정한 것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일상복이었기 때문이다.
혼자라 불편했지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그냥 앉았다.
늦은 점심시간 젊은 부부의 테이블에 소주와 맥주가 몇 병 있다. 오랜만에 시댁에 와서 아이를 맡기고 부부 둘이서 외식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국밥이 나와 먹고 있는데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남편이 이야기한다.
네가 힘든 것은 알지만 나 역시 힘들다.
그냥 힘든 대로 서로를 지켜봐 주면 안 될까?
부인이 이야기한다.
너를 지켜봐 주기에 내가 너무 힘들다.
남편이 다시 이야기를 하며 말끝을 흐린다.
서로 힘들면 ….
이후 서로의 음성이 커지면서 말을 쏟아붓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국밥을 먹고 음식점을 나와 커피를 한잔 하고 있는데 그 젊은 부부들이 나욌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 아래
젊은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간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오늘은 내년이면 결혼 50주년을 맞는 부부를 만났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살았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부인이 60이 넘자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이다. 70이 넘은 남편은 그제야 철이 들어 부인을 위해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한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하신다.
나는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