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미에쥬 노트르담 대성당

몽생미셸 가는 길 86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쥬미에쥬 수도원 폐허 유적


수도원 너른 터에 자리 잡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노르망디 수도원 건물 가운데에서 제일 높다는 두 개의 종탑 덕분에 육중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몸체가 눈앞에 떡 버티고 서있는 듯한 거대한 형상으로 다가온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종탑이 70미터이니 이에 비해 46미터에 달하는 쥬미에쥬 종탑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니 그 높이도 상당하다.


천 년 전에 종탑은 더 높아 보였으리라. 건물 몸체 한가운데 정중앙 앞으로 불쑥 튀어나온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앞이 툭 트인 실내가 시선을 확 잡아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바라보는 것조차 숨이 막힐 정도로 텅 빈 교회 내부다. 지난여름 훼깡을 찾았을 때 고귀한 성혈 삼위일체 성당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아! 이럴 수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참으로 기가 막히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중앙회중석은 텅 비었고, 제단은 뻥 뚫려있으며, 천장은 날아갔고, 오직 좌우기둥과 벽체만이 남은 그야말로 눈부신 폐허 그 자체다.


그러나 그 폐허마저도 숭고하게만 다가온다. 내 생애에서 이렇듯 완벽한 텅 빔은 건물에서 처음 느끼는 순간이다.


이를 뭐라 해야 하나? 중앙회중석 수많은 신자들이 앉아있었음직한 교회 신자석 바닥에 나있는 초록의 잔디가 새삼스러워 손으로 만져본다. 분명 잔디고 풀이다.


본래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높이가 25미터에 달하는 천장아래 중앙회중석 본랑에 해당하는 신자들이 앉는 의자가 꽉 차게 들어찬, 제단을 바라보고 나있는 회랑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텅 빔이라니, 어디쯤이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을 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건물은 파괴되고 돌은 뜯겨나간 채 천장마저 날아간 상태다. 그렇게 입구에 서서 한참을 허공만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모든 것이 허망하게만 느껴진다.


앞이 툭 트인 양측 기둥사이로 쭉 뻗어있는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면서는 비어있는 것조차 이렇듯 아름다울 수가 있단 말인가? 눈앞에 펼쳐진 사실에 전율하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생각도 끼어들 수 없는 절대 적막의 순간, 입 안의 침이 다 마르는 듯한 느낌에 끼어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고마저 정지한 그 순간에 나는 생각하는 것마저 포기했다. 다시 내 안에 무엇인가가 꽉 차 오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갔지만 이내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조용히 중앙회중석 자리에 난 기다란 통로 양측으로 나있는 잔디를 따라 제단이라 짐작된 곳으로 걸어가면서 마치 기둥들이, 뻥 뚫린 창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간다.


그러나 천장이 날아간 교회안에는 적막감만이 감돌고 제단 위 천장을 뚫고 올라갔을 채광탑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대신 뻥 뚫린 허공으로 겨울 오후의 써늘한 빛만이 한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쯤에서 수사들은 그레고리안 성가로 독송을 하였을까 싶은 내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오직 남아있는 돌로 쌓은 바닥과 몇 개의 기둥만이 아련한 상상마저 불러일으킨다.


중앙회중석은 텅 비었고 제단은 뻥 뚫려있으며 천장은 날아갔고 오직 좌우기둥과 벽체만이 남은 그야말로 눈부신 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