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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Nov 23. 2024

첫눈

[대문사진] 프랑스 텔레비전 화면 캡처


혈관을 타고 흐르던 당신의

뜨거운 입김마저 엷어진 뒤

졸인 마음이 생각 밖을 떠돌 때도

나 당신을 처음 만난 날 잊지 못합니다.

당신께서 내 안에 항상 부재중이라 해도

내 당신 처음 만난 날

첫눈이 설설 내리던

그날만큼은 잊지 못합니다.

내 가난한 마음에 임하소서.

하여 이 옹졸한 생각을 비웃어 주소서.

세상 다하는 날 아비규환일 뿐인

역경과 고난의 술잔만큼은 거둬주소서.

차디찬 돌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순간에조차

지상을 눈부시게 휘덮는 눈송이 꽃송이 겨울꽃송이

당신 어깨너머 설설 내리는 눈발만을 지켜보게 하소서.


2024년 11월 파리에 첫눈이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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