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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Aug 11. 2023

이탈리아 성화(聖畫)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85화

[대문 사진] 아나니 산타 마리아 대성당 지하교회


이러한 흐름 속에 이탈리아는 회화의 세 곳에 자리 잡은 예술의 중심지들을 거느릴 정도로 로마네스크 회화예술의 산실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밀라노와 로마 그리고 몬테 카씨노(Monte Cassino)는 이를 대표하는 곳으로 부상했죠. 그러나 세 도시 인근에도 또한 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걀리아노에 위치한 산 빈첸쪼입니다.


산 빈첸쪼는 연대기 상으로 이탈리아 로마네스크 회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1007년에 산 빈첸쪼 성당의 후진에 제작된 벽화는 이를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프레스코 화는 비잔틴 예술과 오토 왕조시대의 특징들이 서로 혼합되어 묘한 특징을 자아냅니다.


걀리아노(Galliano) 산 빈첸조(San Vincenzo) 수도원 성당.


벽화를 구성하고 있는 특징들 가운데 고대 회화의 모델들을 직접적으로 차용한 예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 첫 시도가 꼬모 호숫가에 위치한 시바떼에 세워진 산 피에트로 알 몬테 수도원 교회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시바테(Civate) 산 피에트로 알 몬테(San Piietro Al Monte) 수도원 성당.


성당 정문의 둥근천장에는 천상의 예루살렘 한가운데 자리한 옥좌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형상화했죠. 회중석 측랑 천장에는 영광의 그리스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사장 미카엘이 천사 군단을 이끌고 요한의 묵시록에 등장하는 악의 상징인 용과 싸우는 장면을 삽입했습니다.


몬테 카씨노는 라틴제국에서도 영성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 예술 활동의 진원지였습니다. 1066년에 데시데리우스가 새로 개축하고자 시작한 몬테 카씨노 수도원 건축공사에 롬바르디아와 비잔틴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부터였죠. 그러나 이 로마네스크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수도원은 아쉽게도 오늘날까지 남아있지 않습니다.


몬테 카씨노 수도원을 새로 지은 데시데리우스 수도원장은 캄파니아 지방에 위치한 산탄젤로 인 포르미스 베네딕트 수도원 교회 벽 장식 역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산탄젤로의 프레스코 화는 몬테 카씨노 수도원 건물 공사에 참여했던 일군의 화가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됩니다.


산탄젤로 인 포르미스 대성당(Basilique Sant'Angelo in Formis)과 벽화 <최후의 만찬> .


왜냐면 벽화에서는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만의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회화적 구성과 생동감마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보존이 아주 잘된 경우라서 회화적 장면 전개는 교회 안쪽 저 깊숙이까지 상당히 특별하다 생각되는 장면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장면들은 전통적인 기법으로 분할된 틀 속에 펼쳐져 있습니다.


<시몬의 집에서의 식사>, 천사장 성 미카엘에게 봉헌한 산탄젤로 인 포르미스(Sant’Angelo in Formis) 수도원 교회 프레스코 화, 1072년.


천사장 성 미카엘(San Michele Arcangelo) 수도원 교회는 몬테 카씨노 수도원장인 데시데리우스(Desiderius)가 산탄젤로 인 포르미스(Sant'Angelo in Formis) 수도원의 총 책임자로 수도원을 새로 짓는 공사를 진두지휘할 때 완성하였습니다. 수도원 교회 벽면에 그려진 벽화들은 그가 원장직에 있을 때인 1087년 ‘그리스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벽화를 보면 후진에 자리한 옥좌에 그리스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그 둘레로 4 복음사가들을 상징하는 형상들과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세상 종말의 순간에 심판의 나팔소리와 함께 그리스도가 재림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죠. 구약성서의 예언에 따른 장면들은 회중석 측면 회랑의 각각 독립된 벽면 위에 묘사되었습니다. 신약성서에서 취해진 장면은 중앙 회중석의 세 개씩 서로 짝을 이뤄 중첩된 벽면에 그려 넣었습니다.


로마는 세 번째로 큰 예술의 중심지였습니다. 1100년부터 로마 주변에 들어선 건축물들과 함께 회화 역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죠. 개혁자였던 교황은 세속적 권위와 함께 영성적으로도 권위를 갖추기를 고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서 비롯된 예술에 대한 옹호와 적극적인 후원은 초기 기독교 예술을 견인했던 고대인들로부터 강하게 영향받은 예술의 참다운 문예부흥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산 클레멘테 교회 안에는 클레멘스 성인에 관한 전설에서 취해진 이야기들을 탁월하게 묘사한 회화작품들이 보존되어있습니다.


로마 산 클레멘테(San Clemente) 성당 프레스코 화.


이곳에서 작업했던 예술가들은 자리를 옮겨 같은 라틴제국 안에 속한 네피(Nepi) 인근의 카스텔 산텔리아(Castel Sant’Elia)에서도 작업을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투스카니아(Tuscania)에서도 활약했습니다.


카스텔 산텔리아(Castel Sant’Elia) 벽화(왼쪽)와 투스카니아(Tuscania) 벽화(오른쪽).


한참 뒤인 13세기 초에 지어진 아나니 대성당 지하교회를 수놓고 있는 프레스코 화들도 이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신선한 색감이 주는 생동감과 함께 풍부하리만큼 정치한 묘사들은 12세기의 회화적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심미적 취향에 따른 예술이 도래하자마자 안타깝게도 이러한 특징들마저도 무미건조해지고 말았습니다.


<쥐들이 들끓는 아스칼론(Ascalon) 도성>, 산타 마리아 마지오레(Santa Maria Maggiore) 대성당 지하교회 프레스코 화, 아나니 (Anagni).


아나니(Anagni) 대성당 지하교회 둥근 천장들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프레스코 화들은 교황 이노첸트 3세(1198-1216) 치하에서 제작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벽화는 콘티 다나니(Conti d’Anagni) 가문의 위력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해 줍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산타 마리아 마지오레(Santa Maria Maggiore) 대성당을 품은 아나니(Anagni)는 로마 남쪽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이탈리아 아나니(Anagni) 두오모 <고귀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파사드 및 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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