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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v Jan 27. 2023

옐로카드 레드카드

조절이 필요한 순간 아빠가 주는 경고

연년생 두 아이는 서로가 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대화의 상대가 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다툼의 대상도 된다. 주로 조절하는 힘이 아직 더 필요한 둘째가 누나에게 심한 장난을 치거나 괴롭힐 때가 더 많다. 그때마다 어떻게 알려줘야 두 아이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킬지, 아빠의 말에 따라 규칙을 기억하고 적정선을 지킬 수 있는지 늘 고민이다.


놀이방에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두 아이는 갑자기 하나의 장난감에 꽂혔고, 가지고 놀겠다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가 벌어지더라도 바로 개입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고자 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갈등상황에서 부모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는 걸 연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멀찍이서 지켜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중재에 나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하성이도 갑자기 가지고 놀고 싶어 졌고, 조금 기다려보라는 누나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하고 싶다며 뺏으려 했다.


“하성아. 친절하게 표현하는 것 기억해 보자~.”

“우리 집 놀이방 규칙은 물건을 던지거나 빼앗는 건 안 되는 거야.”

“진정이 필요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괜찮아.”


이렇게 규칙을 심어주기 위한 여러 말들을 해보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고, 물건을 던지거나 할 때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해결책이 떠올랐다. 아이를 품 안에 폭 안고, 아빠가 주는 다소 강한 힘으로 팔과 다리를 조금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뒤에 숫자를 세는 일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아홉, 열’ 그때 아이도 숫자를 같이 셌다.


“하나아, 두, 센, 넨, -- 아옵, 여얼”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아이에게 물었다.


“하성아. 우리 집의 규칙이 뭐지?” 그럼, 아이는 안정이 된 목소리로
 “던지지 않는 거. 때리지 않는 거.”
 “좋아! 기억하고 지킬 수 있지?”
 “네에.”


아빠 품 안에서 팔과 다리가 묶여있으니 과한 행동이 점차 잠잠해졌고, 숫자를 세는 동안 흥분된 마음도 가라앉았다. 아빠가 주는 약간의 통제가 스스로 하기 힘든 몸과 마음조절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규칙을 정했다. 하나는 옐로 카드를 받으면 숫자 열 번, 레드카드를 받으면 숫자 스무 번 세기, 그리고 이 카드는 오직 아빠만 줄 수 있다는 규칙이었다.


그 일 뒤로, 카드를 부여하고 아이들과 숫자 세는 걸 몇 번 했었는데, 문제 아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아이들이 아빠에게서 카드를 받는 일과 아빠 품 안에서 숫자 세는 걸 은근히 즐긴다는 것이었다. 카드를 부여하는 일이 생기는 건 달갑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아빠에게서 받는 경고와 통제를 자기 보호로 여기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빠가 주는 경고는 아이가 했던 행동에 대한 통제이지 행동을 한 너에 대한 질책은 아니라고 느껴서였을까. 바라기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더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걸 숨기지 않고, 아빠에게 카드를 들고 와서 잘못에 대해 통제를 해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아빠 품 안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옐로카드


레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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